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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Feb 02. 2021

금주는 어려워

근데, 왜 꼭 이걸 해야만 하지?


금주는 어렵다.


금주를 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낮에 술을 마시고 있다가 사람들에게 들키면 창피하다. 그리고 창피해하면서도 술을 마시는 내가 조금은 싫어진다.


둘째, 술을 마시면 필연적으로 살이 찐다. 다이어트가 불가능한 것이다.

술이랑 같이 먹으면 평범한 음식도 산해진미처럼 느껴지기에.. 아.. 너무 괴롭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


셋째, 술을 마시면 머리가 나빠지는 게 느껴진다.

머리가 나빠지는 게 느껴져도 사람들과 재미있게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좋잖아, 라고 핑계를 대고 싶지만, 코로나 이후로 대면 술자리가 엄청 줄어든 현실 속에서 나는 혼술파에 가깝기에 도망칠 장소가 없다. 하지만, 머리가 나빠지는 만큼 글도 쓸 수 있고, 행복해진다는 장점도 있다.



나의 로망은 사랑하는 남편과 술을 마시면서,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지만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는 술을 못 마신다. 해독 효소가 없어서 맥주를 몇 잔 마셔도 병원에 가서 닝겔을 맞아야 한다. 신혼 초에는 회식 자리에서 돌아온 신랑이, "수진아, 나 죽을 것 같아. 병원에 좀 데려다 줘." 라고 말하면 너무나 놀라서 버선발로 같이 응급실에 가곤 했었다. 하지만 이젠 알고 있다. 닝겔 반포만 맞으면 그는 자고 일어나 산뜻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기이하게도 그것을 깨닫고 나자 더 이상 그만큼의 술도 마시지 않고 건전하게 살아가는 신랑 덕분에 응급실 구경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술을 사랑하는 것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 날카로운 영혼을 느끼고 예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심없이(?) 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이다. 타인과의 술자리는 즐겁지만, 나 자신과의 혼술은 나를 가만히 바라볼 수 있어서 또한 즐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이 잘 읽히고 잘 써진다는 점이 좋다.


가수 이적님도 음주 후에 많은 노래를 만들었던 것 같다. 애주로 인한 실수담도 꽤나 있는 것 같고. 나는 여자이기에 대학~26살 때까지 실수한 이후로는 많이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고 있다. 이제 체력도 안되고.


하지만 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접지는 못할 것 같다. 그냥 같이 가기로 마음을 정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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