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지금 이 순간, 행복하신가요?
저는 이번 휴가에 안면도를 다녀왔습니다.
예전에 ATV를 타러 간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갔다 왔네요.
하지만 돈을 들여 간 안면도보다 오늘 혼자 술을 마시며 저 자신을 들여다 본 순간이 더 좋고 행복하고 깊었습니다.
아아..
내일부터 시작되는 영어 특강을 위해 책을 둘러 보러 서점에 갔다가,
백화점 지하에서 잠시 밥을 먹을까 망설이다가,
결국은 집에 돌아와서 기다란 접시에 계란 후라이 하나(그 이상 먹으면 속이 안 좋더라구요), 파, 햄 두 조각으로 호텔 조식 흉내를 냈습니다. 그걸 만드는 동안 당연히(?) 테라 캔 하나와 긴 맥주잔을 냉동에 넣었지요. 그리고 안주를 먹기 전 테라 캔을 어느 정도 차가워진 잔에 따라 들이키고 맛나게 맥주로 속을 뚫어주었습니다.
그것을 다 먹은 후에는 오이 고추 양파 간장 절임과 오전에 만든 오이 무침(?)을 소주 안주 삼아 이슬이를 마셨습니다. 쿠팡에서 시킨 레몬즙을 첨가하니 너무 좋더라구요. 태계일주2를 틀어놓고 한참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재시청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남은 레몬소주(한 잔 다시 만든)를 들고 서재로 돌아와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 '어른'을 한 곡 반복으로 설정해 놓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쓸쓸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허무하지만 기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허무한 이유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어서이고, 결혼은 했지만 외로워서이고, 친구가 있지만 제 마음을 알아주지는 않아서입니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들도 제가 그녀들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쓸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남편도 말이죠.
인간이란 자고로 늘 허무함과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법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수업과 즐거움을, 웃음을 함께 주려 하지만, 초등 중등 아이들 모두 가끔 허무한 얼굴을 합니다. 이미 생의 원리를 알아버린 얼굴을 한다는 말이지요. 뭐, 그렇다구요.
그래도 말이죠, 저는 행복하고 기쁩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기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정말 너무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란 인간이 겸손한 것은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난을 겪은 자는 이런 겸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고독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책까지 읽으면..
쉽게 타인을 비난하거나 경멸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뭐.. 좋은 일이지만, 힘들기도 합니다.
뭐.. 그렇다구요.
그렇습니다.
이 글은 철저한 넋두리입니다.
애정공세입니다.
감사합니다.
생의 허무함과 다투시는 모든 분들을 사랑합니다.
내일은 월요일이라고, 이제 깨어날 시간이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죄송해요.
그래도 화.이.팅.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