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또 만나요

by 별빛수

장례식은 지상에서 하늘로 떠나는 분의 날입니다. 얼굴도 모르지만, 지인 가족의 장례식에 갈 때도 있는데, 부디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드리는 날이 되기도 합니다. 지상에서 가장 숭고히 만나는 날입니다. 아마도 그 순간 자기 자신의 미래이기도 해서 그럴 것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끼리의 이별도 애끓긴 하지만 영원히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사별의 무작함에는 비할 바가 아닙니다. 자식이 먼저 죽으면 부모 품에 묻는다고 하는데, 부모 또한 자식에겐 마찬가지입니다. 살다가 문득문득 만져질 듯하지만 결코 만질 수 없는 그리움이 됩니다. 그 가슴 아련함은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이별식 없이 이별하면 애매함이 물음표로 남는다고 합니다. 지상에서의 이별 매듭을 지어주는 이날은 남은 자들에겐 고통과 함께 겸허히 '받아들이는' 의식의 시간이 됩니다.


어머니 장례식 날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가랑비보다 더 가느다란 안개비 사이에 햇빛이 오락가락했습니다. 약간의 바람에 흩날리던 벚꽃이 땅 아래 사뿐사뿐 내려앉는 것이 꼭 하늘나라에서 문상하러 온 손님들 같았습니다. 3년간의 병원 생활 끝에 우리만 남기도 영원히 지상을 떠나신 슬픈 날, 벚꽃의 모습으로 마지막손을 흔드시는 듯도 했습니다.


하늘로 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좇아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도 화사해서 평화롭게 슬픔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힘드셨겠지만, 병원에 가면 늘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 많이 있었기에 어쩌면 갈 때마다 조금씩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나누었기 때문인지 이날은 그나마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막, 빈소에 앉았는데, 저만치 성큼성큼 표정 없이 새벽을 열며 걸어오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직장 동료인데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기에 순간 큰 바위 얼굴로 보였습니다. 망연자실한 상주들은 작은 발걸음에도 등을 두드려주는 작은 토닥임에도 한 마디의 스치는 듯한 애도의 말에도 공감받음으로도 힘이 납니다. 한 사람의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으로도 위로가 되던 순간이었습니다.


누구나 사별해 보았기에 그 어떤 장소보다도 하나 되는 날, 그래서 나 혼자만 겪는 슬픔이 아님을, 우리는 한정된 시간을 가진 인간임을 느끼는 날입니다. 하여, 지상과 영원 사이에 놓인 오작교에서 슬픔과 온기가 동시에 일어나는 뭉클한 날입니다. 천상의 손을 놓지만, 지상이 대신 손을 내미는 연결의 날입니다.


이 땅에서의 삶이 지상 여행이라면, 저 하늘에서의 삶은 천상 여행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오늘을 걸어가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천상의 여행도 맞이하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마지막 인사는 "천국에서 또 만나요. 엄마"가 되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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