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퇴원할 수 있겠지?

by 수윤

손가락 절단 사고의 경우 보통 1~2주 내에 퇴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접합이 잘 되어 복도를 돌아다닐 수 있을 무렵이 되자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하나둘씩 퇴원했다.


'나도 곧 퇴원할 수 있겠지?'


사실 나에겐 하나의 관문이 더 남아있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상처를 드레싱 해주던 선생님께서 피부 정리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처음 드레싱을 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상처를 처음으로 마주하던 날. 엄마는 보지 말라고 눈을 가렸지만, 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찌 됐던 내 몸이니까. 처음엔 충격을 받았다.

'이 짧둥하고 뚱뚱한 손가락은 누구의 것인가?'


손이 작고 가늘었던 나는 패션 반지도 커서 못 사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런데 기존의 손가락보다 2배는 두꺼워진 손가락에 한 마디 정도는 짧아진 못난 손가락이 내 눈앞에 있었다. 게다가 사선으로 손가락을 타고 올라가며 바느질이 되어 있어 울퉁불퉁했고, 손톱 밑부터 절단되었던 부분까지 색이 까맸다. 마치 잘 탄 석탄 같았달까. 거기에 손가락은 굽어져 있었다. 마치 내게 인사를 건네듯이 말이다.


그래, 타박상만 입어도 퉁퉁 붓는데, 큰 외상에 손이 퉁퉁 부을 수 있지.

그래, 접합하고 나면 손가락 좀 짧아진다고 했으니 이 정도는 예상했어. 오히려 생각보단 길쭉한걸?

그래, 나선형으로 꿰매진 자국도 나중에 실밥을 풀면 매끈해질 거야.

그런데 도대체 색깔은 왜 검은색이냔 말이야? 왜 굽어져 있느냔 말이야?

다른 사람들이 드레싱 하는 걸 지켜봐도 다들 매끈하고 생생한 살구색 손가락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 요상한 상황은 무엇인지...


처음엔 수술 직후라 피딱지가 앉은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1주, 2주 동안 드레싱을 하며 박박 닦아내도 벗겨지지 않는 걸 보고는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물리적 충격에 의해 멍이 든 게 아닐까 생각했다. 접합수술이 성공하고 나서야 그 검은색의 원인이 괴사한 피부조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피부정리가 괴사한 조직을 정리해야 한다는 말이었구나...'

다시 수술방에 가는 건 싫었지만, 입원생활을 2주 넘게 하니 이제 집에 가고 싶어졌다. 눈 딱 감고 참을 테니 빨리 수술이 끝났으면 싶었다. 그런데 수술 날짜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주치의 선생님은 아침에 내 손을 보고 '흠... 수요일까지 지켜봅시다.'라고 했고, 수요일이 되면 '흠... 이번 주까지만 지켜봅시다.'라고 말했다. 수술이 미뤄지는 날들 동안 지루하고 답답하지만, 많이 아프지도 않고 복도와 옥상도 돌아다닐 수 있어서 엄마랑 나름 재밌게 보냈다.


드디어 수술 날짜가 잡혔다. 예상 수술 시간은 1시간 남짓. 빨리 수술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고 했던 패기와는 달리 아침부터 덜덜 떨면서 울었다. 두 번째 수술까지는 제정신이 아닌 채로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3주쯤 지나니 정신이 돌아오면서 수술방에 대한 공포감이 심해졌다. 게다가 두 번째 수술 때 마취도 풀리고, 이상 감각도 느꼈지 않는가! 수술을 안 할 수는 없고, 회진 온 주치의 선생님께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잠 오는 약을 넣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수술실로 내려갔다.


분명 잠 오는 약이 들어간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긴장해서인지 잠이 전혀 안 왔다. 금방 끝난다고 했으니 그냥 있기로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이 무섭지, 수술이 시작되면 의외로 마음이 편해진다. 이전처럼 긴박한 수술이 아니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누워있는데, 간호사 선생님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skin graft 안 하시고요?"


의학 용어를 모르지만, 하려던 수술이 어긋났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불안해져서 수술 중이지만 선생님께 물어봤다.

"오늘 피부 이식 안 하나요?"

"썩은 부분을 다 제거하고 나니 혈관이 보여요. 피부이식으로는 안되고, 살을 떼와서 붙이는 수술을 다시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피부 정리만 하고 병실로 다시 올라갈게요."


안 된다고? 다시 수술해야 된다고? 집에 못 간다고?

이렇게 절망스러울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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