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과 지인들
의사, 간호사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차갑다'였다. 직업 특성상 냉정해야 하고, 바쁘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고정관념은 병원생활을 하며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밥을 잘 먹지 못하고, 수술을 다시 해야 했을 때도 간호사님이 가장 안타까워해 주셨고, 다인실에서 푹 쉬지 못하는 걸 보고는 1인실을 권유하시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은 회진 시간마다 다정하게 물어봐 주셨고, 아픔에 같이 공감해 주셨다. (MBTI F인 나는 이런 따스함에 마음이 열린다 :))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형성된다는 라포(rapport : 상호신뢰관계)를 처음 경험했다.
두 번째 수술을 마치고 나서 안정을 위해 1인실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1인실은 주로 아기들이 많이 사용해서 자리가 나야 갈 수 있었기 때문에 급한 대로 2인실로 자리를 옮겼다. 엄마랑 옆자리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했는데, 정말 3일 동안 2인실을 나만 사용했다. 럭키!! 3일 골든타임동안 내 손가락은 점차 회복되어 갔고, 우린 운이 정말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의사 선생님께서 3일간 나의 안정을 위해 배려해 주신 거였다. 2인실을 혼자 사용한 행운보다 좋은 주치의 선생님을 만난 게 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워있는 2주 동안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좋아하던 음식을 포장해서 직접 갖다 준 친구도 있었고, 병원비에 보태라고 돈을 함께 보내온 친구도 있었다. (당연히 마음만 받았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걸 알고, 예쁜 튤립 한 다발을 사 왔다가 병원 규칙상 병실에 들어오지 못해 속상해했던 친구도 있었다. 코로나가 심했던 시절이라 병원에 들어오지도 못했는데, 문을 사이에 두고 엄마에게 대신 마음을 전달해 주었던 친구들에게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친척들은 뼈가 빨리 붙으라고 사골국을 끓여주거나 반찬을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병원비에 보태라고 돈을 모아 보내주시기도 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내가 빨리 낫기를 기도해 주셨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으로 힘든 시기를 하루하루 버텨나갔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