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게 굳어버린 손가락

재활치료 시작!

by 수윤

고여 있는 것 같은 시간도 흐른다. 병원 생활도 모래시계에 모래가 떨어지듯 천천히 흘러갔다. 겨울에 패딩을 입고 얼레벌레 병원에 들어왔는데, 어느새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옥상에서 보는 산에는 얼룩덜룩하게 핑크빛으로 물들어갔다. 밖을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좀 더 산뜻해 보였다.


병원에서라도 봄기운을 느끼고 싶어 봄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있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셨다.

"같이 들어온 환자분들 다 퇴원했는데, 00님만 이게 뭐예요."


몇 주 전의 나라면 이 말에 우울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제 나도 곧 퇴원을 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에 전혀 타격이 없었다. 유리 피판술을 한지도 2주가 지났고, 손가락을 분리하는 수술이 코앞이었다. 어쩐지 이번에는 수술방에 가는 게 무섭지 않았다. 앞선 4번의 수술 경험 덕분일까? 이젠 정말 끝난다는 희망에 들떠서일까?


손가락을 분리하는 수술은 금방 끝났다. 앞전의 수술들에 비하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이거 하려고 수술방까지 들어왔단 말이야?'하고 살짝 억울해지기까지 했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손가락을 움직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두 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다친 손가락을 비롯해 다른 손가락도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에 굳어있을 거였다. 재활의 시작이었다.


첫 재활을 앞둔 날이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링거를 갈아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재활하면 정말 아프다던데... 밖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고... 그런데 절대 포기하시면 안 돼요. 그럼 평생 손가락 못 써요."

겁주려고 한 말은 아니었을 거다. 다른 환자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조언해 준 것일 테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는 불안의 트리거가 되었다.


간호사분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 휴대폰에 "손가락 절단 재활"을 수시로 검색해 보았다. 올라온 글의 대부분은 비관적이었다. 비싼 물리치료와 재활치료를 해도 효과가 한정적이고, 절대 예전처럼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신경이 돌아오는 시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주치의 선생님께 재활은 언제 하는지 여쭤봤다. 원하면 가벼운 수준의 재활 치료를 바로 시작해 보자고 예약을 잡아주셨다.


대망의 첫 재활하는 날. 얼마나 겁에 질렸는지. 아직까지 상처투성이인 내 손을 보는 것만 해도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데, 심지어 손으로 문지르다니! 이러다가 손가락이 다시 똑 떨어질 것만 같았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주먹을 쥐어보라고 했는데, 주먹이 제대로 쥐어지지 않았다. 굳어버린 손가락에 충격을 받아 눈물이 찔끔 났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처음엔 다 그런 거라고, 옆에 환자분도 처음엔 전혀 못 움직였는데 지금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그제야 내가 믿어야 할 사람은 내 눈앞에 있는 의료진들이고, 이끄는 대로 치료를 잘 따라가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는 인터넷에 검색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래, 막연한 불안감을 스스로 만드는 일은 하지 않는 거야.

이전 11화병원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