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쇄도전러 수찌 Nov 18. 2020

꼬북칩 쵸코 츄로스맛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맛있어서 없는 것이냐, 없어서 맛있는 것이냐?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급으로 답이 없는 문제다.

우연히 친구가 꺼낸 ‘꼬북칩 쵸코 츄로스 맛’을 맛봐버렸고 딜레마에 빠졌다. 처음 먹을 당시에는 ‘너무 단 과자’로 인식했다. 요즘에는 은은한 단맛이 좋지, 초콜렛이나 사탕같은 ‘쨍한 단맛’은 싫다구.

그런데도, 계피 향이 풍기며 설탕 조각이 빠삭빠삭 씹히던 그 꼬북칩이, 그 달디 달던 과자가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았다.

친구집에서 얻어먹은 꼬북칩 초코 츄로스 맛

얻어먹을 때는 몰랐는데, 요즘 이게 품절 대란이란다. 과거 허니버터칩 때처럼 일종의 ‘품절 마케팅’이 아닌가 강한 의심이 갔지만, 어쨌든 마트나 편의점에서 잘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며칠 전부터 그 꼬북칩 초코 츄로스 맛이 강하게 먹고 싶어져 동네 탐문을 시작했다. 집 근처 CU, GS, 이마트24를 퇴근길마다 들렀는데 한 번도 없었다.

망할 놈의 ‘꼬북칩 콘소메 맛’만 늘 덩그러니 매대에 남아있었다. “미안; 걘 없고 나만 살 수 있어;;”라고 약 올리는 것 같았다. 사실 꼬북칩 콘소메 맛이나 인절미 맛 역시 맛본 적 없지만, 그것도 먹어보면 맛있을 수도 있지만…. 내 심장은 오직 ‘초코 츄로스 맛’만을 원했다.


못 먹으니 기억이 더 미화되는 것인지 뭔지. 꼬북칩 초코 츄로스 맛에 대한 갈망이 더 심해졌다. 그깟 과자가 뭐라고 괜히 퇴근길 다른 길을 삥 둘러 낯선 편의점까지 뒤지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일요일에는 번화가에서 꼬북칩 쵸코 츄로스맛을 무려 두 봉이나 손에 쥐고 버스를 기다리는 소녀들이 있길래, 무례를 무릅쓰고 그들에게 과자의 출처를 묻기도 했다.대각선 건너편 다이소에서 방금 샀다는 말에, ‘드디어 됐다!’ 쾌재를 외쳤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변하자마자 누구보다 빠르게 도로를 건넜다. 다이소 아성 산업의 유리문을 힘차게 열고 과자 코너로 직행했다. 모름지기 다이소 과자코너는 주로 구석진 곳에 있는 법. 처음 방문하는 다이소이지만, 그 사실을 예측하고 다이소 먹거리 매대를 찾아 성큼성큼 걸어갔다. 5행 20열 정도로 가지런히 정리된 봉지 과자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저 안에 꼬북칩 초코 츄로스맛이 있으리.

‘꼬북.. 꼬..꼬...꼬북...! 꼬북칩 콘소메맛! 콘소메?’

왜 또 콘소메맛이지? 아니야, 조금 전에 이 다이소에서 샀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있을 거야. 다시 한번 찬찬히 초코 글자를 찾자. ‘초코’라고는 콘초 헤이즐넛 초코 맛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소녀들이 내게 거짓말을 한 걸까?’

그랬을 리 없고 그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원하는 꼬북칩 초코 츄러스맛을 두 봉이나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추측하건대, 저기 어지럽게 과자봉지가 흐트러진 자리가 꼬북칩 초코 츄러스맛이 있던 장소일 것 같다. 셀프 계산대 근처에서 손님들을 돕는 점원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혹시 꼬북칩... 초코.. 츄로스맛 있나요...?”

“저기 매대에 없나요?”

“네...”

“그래요? 잠시만요 창고에 한 번 찾아볼게요. 몇 개나 필요하세요?”

분명히 다이소 이 지점에 꼬북칩 초코 츄로스맛이 있었구나! 점원도 그 인기와 존재를 알고 계셨고. 그녀가 잠시 창고로 재고를 뒤져보러 간 사이 다시 기대에 부풀었다.꼬북칩 쵸코 츄로스맛 탐문 2주만에 드디어 한 봉지 얻는구나...!

“아... 죄송한데... 오늘 다 나갔나봐요.”

“아... 그래요? 어쩔 수 없죠... 감사합니다...”


나라 잃은 패잔병처럼 다이소 아성산업의 문을 힘겹게 열고 밖으로 나갔다.들어 올 때 나라 구한 대장군 같던 발걸음과는 비교할 수 없이 한 발 한 발이 무겁다. 정녕 이 과자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인가? 과거 허니버터칩 사태 때도 동요하지 않았는데, 꼬북칩 초코 츄로스 맛은 내 입에 너무 잘 맞아서 자꾸 생각이 난단 말이야…. 정녕 이 넓고 넓은 다이소에서도, 그 많던 편의점에서도 날 위한 단 한 봉이 남지 않았다니….

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편의점만 보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당장 저기도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미쳤어! 저깟 과자가 뭐라고! 안 먹으면 그만이지. 얼마나 달았는데. 겨울이라 살도 찌는 중인데 더 돼지 새끼가 되고 싶은 거야?’

결심했다. 이제 꼬북칩 초코 츄로스맛을 찾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심은 이틀만에 무너졌고 나는 오늘도 퇴근길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이마트24를 들렀다.

‘꼬..꼬북..칩... 초..코.. 있나..?’

봉지 과자 매대를 힘없는 눈으로 스캔하는 중….


꼬북칩 초코 츄로스 맛이 보였다.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신기루인가 실제인가? 포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질소로 통통한 봉지를 두 손으로 쓰다듬어 봤다. 그건 콘소메 맛도 아니었고 인절미 맛도 아니었다. 그건 틀림없는 초코 츄로스 맛이었다.

‘오늘, 갑자기, 왜? 이마트24에 물건이 들어온 거지?’

사고가 정돈되기도 전에 결제가 우선이다. 마음 같아서는 일단 내 것을 한 열 봉 사고, 소개해 준 친구에게도 한 다섯 봉 보내고, 회사에도 한 세 봉 사 가고 싶다만…. 매대에는 세 봉이 전부다. 3봉에 4500원. 뒷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다 사버렸다….

집에 와서 옷도 벗지 않고 손만 씻고 의자에 앉았다. 이 신성한 과자를 잠옷 바람으로 대충 침대에 기대어 일반과자 마냥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코시국이니 손은 깨끗하게 씻고 정갈한 출근복 그대로 봉지를 열었다.

‘바로 이 냄새야. 맞아 이 냄새라고.’

계피 향이 비염인의 코마저 뚫고 인사했다. 그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통통한 꼬북칩을 입으로 1초에 한 개씩 넣기 시작했다. 어금니가 이미 입고된 물량을 다 쳐내지 못했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밥도 먹고 왔기 때문에 반 봉지만 먹으려고 했는데, 이성을 찾고 보니 1/4 봉지밖에 남지 않았다. 아쉽게도 너무 적은 양이 남아 밀봉해 내일 먹기에는 조금 넌센스다. 절대 의도한 것이 아니므로, 오늘만 한 봉을 다 먹는다.

그 날은 술 기운에 더욱 달게 느껴졌던 것일까? 다시 맛본 꼬북칩 쵸코 츄로스맛은 그리 미치도록 달지 않았고 여느 과자처럼 적당한 단맛이 났다. 빠삭충이라면 외면할 수 없는 식감 역시 비오는 날 눅눅한 공기를 뚫고 전해졌다. 바삭바삭 씹히는 계피 설탕 알갱이가 히트다. 과거 커피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내 마음대로 카푸치노 위에 뿌려먹던 계피 설탕이 떠오른다. 그래서 꼬북칩 ‘초코 츄로스 맛’에 내가 환장했구먼.


아직 우리 집에 두 봉지가 남았다. 고민 중이다. 내일 회사에 가져가서 동료들에게 맛이라도 보여줄까?만약 그들이, 처음 꼬북칩 초코 츄로스 맛을 맛봤던 나처럼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면 무척 화가 날 것 같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구한 한 봉인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