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난 이에게

죽음을 품은 삶

by 하계의 이난나



그날, 그가 이생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은 때는 제주에 가족들과 막 도착한 참이었습니다.


제주는 늘 그랬듯 아름다웠고, 길마다 감귤 밭이 풍요로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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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처음 만난 건, 경주에 있는 산속에서 진행하는 보름에 걸친 힐링 프로그램에서였어요.

키가 크고, 자기처럼 키가 큰 중, 고등학생인 아들을 둘이나 둔 게 믿어지지 않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어요.

우리는 함께 먹고, 놀고, 쉬고, 배우고, 산에 오르고, 춤추며 친해졌습니다.


그는 올해 초 십 년 전 완치되었던 암이 폐에 재발해서 목이 쉬고, 치료를 받는데도 옆구리 통증이 자꾸만 심해져 고생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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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그는 처음엔 좀처럼 말도 안 하고 곁을 주지 않았지만, 사흘쯤 되던 날 밤 우연히 함께 산책하며 서로 마음을 터놓게 되었어요.


나름대로 몸을 돌보며 열심히 살아왔건만 재발해버린 암에 대한 억울한 심정, 이대로 낫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이 뭘 잘못해서 병이 들었으며, 남편과 아이들을 고생시키고 있다는 죄책감까지.


쉬어버린,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오래 걸었습니다.


나는, 다른 건 몰라도 그가 느끼는 죄책감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하게 말해줄 수 있었어요.


병이 든 것도, 재발한 것도 죄를 짓고 있는 게 아니라고.


오히려, 최선을 다한 삶에 다가온 어떤 의미, 놓친 게 있다면 그것을 챙기도록 기회를 주는 일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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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암성통증이 어떤 건지 잘 모른 나는 쉬어버린 목소리 때문에 통화를 꺼리는 그를 배려한답시고 안부 문자까지 뜸하게 했던 터라, 죽을 만큼 아프다는 걸 생각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남편과 단둘이 여행 간 발리에서 보내온 톡에 바닷가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환하게 웃는 그가 참 좋아 보이기도 했어요.


자연치유적인 방법으로 몸을 돌보면서도 병원에서 제안하는 치료 과정을 잘 따랐기에, 통증이 잡히지 않는데 대해 그는 화를 냈어요.


"저는 이제 의사도 안 믿어요, 하나님만 믿어요."


독실한 신앙인인 그가 어느 날 문자로 말했을 때 그저 나도 기도하겠다고 답할 뿐이었지만 그 여행이 어쩌면 남편과 마지막일수 있단 걸 알고 떠난 거구나, 그제야 알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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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두고 가야 하는 심정이 얼마나 애끓었을지, 차마 그 크고 고운 눈을 어찌 감았을지.


이 갑작스러운 소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제주도에서 보내는 첫날은 멍하기만 했어요.


우리가 친해질 기회가 아직 많으리라고 여긴 나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세요.


이 글조차도, 떠난 그보다는 한 주간 마음 아픈 나를 위한 것이지만 이렇게 애도하고, 애도하고 싶은 마음이라도 부디 그가 받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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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요.


언젠가는 떠날 걸 알지만 지금 같은 순간이 무한하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 많은 순간을 흘리고 너무 많은 기회를 저버립니다.


내가 놓친 마음, 놓쳐버린 그 사람을 안타깝게 축복하며 이 순간만큼은 어쩔 수 없이 겸손해지지만 다시, 일상 안에서 또 많은 순간이 그저 흐르겠지요.


그렇더라도, 만나지는 사람과 나 자신을 더 아끼고 사랑하려고요.


더 돌보고, 보듬겠습니다.


그가 살고 싶었을 이 순간 속에 숨 쉬고 있음을 더 귀하게 여기고, 감사하겠습니다.


ㅇㅅ씨!


부디 편안히, 더는 아프지 않은 세상에서 쉬게 되었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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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 이라고 네이버가 알려준 글이 마침 죽음에 관한 것이더군요.


이 글을 쓸 때와 지금의 나는 다르지만,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진심을 한 번 더 새겨보게 됩니다.



https://blog.naver.com/sujunana/22292618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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