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공부 : <흑암의 빛줄기>

볕드는 상담실

by 하계의 이난나


겨우내 윌프레드 비온(Wilfred Bion)의 <흑암의 빛줄기>를 읽고 있어요.


제목(A Beam of intense Darkness)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읽는 느낌이 거의 비슷한, 묵직하면서도 명징한 책을 만나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 책은 페이지 수도, 깊이도, 무게도 상당하지만 저에게 와닿는 문장도 '더할 나위 없어서', 그마음을 나누려고 합니다.



흑암의 빛줄기, James S. Grotstein



답은 질문보다 못한 것이다.

- 윌프레드 비온




비온의 이런 생각은, 플라톤의 <대화(1892)>편이나 소크라테스의 변증법적 논박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은 우리 대부분도, 문제 속에, 물어봐 주는 그 말과 마음, 그리고 문제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확장되어가는, 질문에 곧 답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지요.


저는 한때 캔 윌버(Ken Wilber)의 빅팬이었던 때가 있는데, 이 책의 내용은 의식의 스펙트럼과 작동원리에 '대해서'가 아니라, 의식과 정신분석 그 '자체'를 제시하는 글인듯해서 순서로 보면 거꾸로 읽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온은 정신분석에 대해, 우리 의식의 근원, 곧 '신성'을 깨우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두 개의 극을 가진 인간(bipolar man)

"불완전한 인간이면서도 '무한한 인간', 무한한 존재이면서도 실제 인간의 정서적 경험 안에서 그리고 그 경험에 의해 실현되기를 갈망하는 인간을 발견했다."


저자인 제임스 그로스테인(James S. Grostein)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인간을 수용하고 허용함으로써 화육된 인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비온의 생각을 전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실현'을 위해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적 자기와의 접촉을 확립하기 위해서, 또는 우리의 내적 자기가 우리 자신이 되도록 허용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타자들을 필요로 한다."라고 보았습니다.


곧 우리가 '자기'를 회복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필요하고, 관계하는 과정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가 만약 상담이라면, 그래서 상담 관계가 충분하고 온전하려면, 분석가의 자질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다시 강조합니다.


"분석가는 환자(내담자)의 '말'을 듣기보다는 환자(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자기 자신'을 들어야 한다."


또한 말하는 자(내담자)는 "스스로 말하면서 자신의 말을 통해 자신을 본다."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여러 번, '나의 의식이 확장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내가 인간 됨(personhood), 어쩌면 본래의 나됨, 혹은 근원의 자리로 돌아와 있다고 느꼈습니다.


평소 가끔 스스로에게 해온 질문이 있는데, '나의 기도가 누구를 향한 것인가?'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그건 곧 내 안의 신성(Godhead), 곧 '지각하여 변형된 나' 신됨(Godhood)을 향한 것일 수 있겠다고 여기게 됩니다.








정신분석이라는 학문이 심오하고 광대한 것은 알지만, 비온의 생각들을 알아가는 동안 내가 참으로 뛰어난 존재들 덕에 수월하게 배우고 익혀 쉽게 나눌 수 있었음에 새삼 머리 숙여 고마운 심정이...

오만한 나의 흑암에 빛줄기가 든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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