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에게 내담자는 어떤 의미인가

볕드는 심리상담실

by 하계의 이난나



그날은, 한참 상담 과정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해나가던 한 분이 상담을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했어요.


열 번의 만남 동안 차근차근 해온 이야기들이 쌓여가다가 어느덧 중요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들었고, 그건 내담자에게 참 많이 버거운 일이었어요.


그런 마음을 헤아려드리고, 용기를 내보시기를 바라고 지지했지만 '도리도리'.


상담자에게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다른 현실적인 걱정거리가 새로 생겼을 수도 있어 여러 차원으로 함께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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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꾸준히 받을 필요에 대해서는 의식적으로는 동의가 되지만, 결국 반복 강박 일까요?


상담자는 내담자가 가는 길에 함께 서있고자 하지만,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을 돌이키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상담자로서 상담 중단하려는 심정에 대해 듣고 그동안 상담을 통해 얻은 것과 여전히 어렵거나 아쉬운 걸 정리할 수 있게 돕고, 위에 열거한 예처럼 몇 가지 단서가 행여 상담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넘어갈 수 있도록 지지해 드릴 따름이지요.


그러나 인지상정, 그분을 보내는 마음이 아쉽고 쓸쓸했어요.


저의 마음을 느끼신듯, 거듭 인사하며 가시는 모습을 보며 어떤 계기로든, 어서 어서 마음에 묶인 것이 풀어지고 제자리를 찾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렇게 아침 첫 시간에 갑작스러운 종결 상담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착잡하고 무거웠어요.


바로 뒤에 오신 분에게 영향을 끼쳐서는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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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두 번째 오신 내담자께서 자리에 앉자마자, 자랑할 일이 생겼다고 하세요.


지난 한주 사이에, 그분의 삶에서는 버겁게만 여겨졌던 자기표현을 성공적으로 해내신거예요, 신나게 그 경험을 나눠주셨어요.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전 시간에 자신이 한 두려운 이야기와 자책의 끝에 상담자인 제가 던진 말 한마디 덕이었다고 했어요.


고마운 말이지만, 사실 그분이 해내실 수 있었던 건 차근히 상담에 오신 덕분이지요.


차분히 쌓아 올린 신뢰 속에서 조금씩 이어나간 자기 이야기들이 아주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서 움직인 덕분이지요.


어떻든 행복했어요.


그날은, 아침 두 시간 동안 마음이 지옥과 천국을 드나들었네요.


상담자에게, 내담자는 여느 관계와 마찬가지로 푸근하고, 고맙고, 든든하기도 하고 안타깝고, 아쉽고, 그립기도 합니다.


어떤 마음이 들든 만나고 있으면 모든 마음은 모두가 필요한 하나의 과정입니다. 중요한 관계의 과정.


그러나 헤어지고 나면, 기도만이 남습니다.


헤어진 그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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