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어머니의 남자를 처음 만난 건 7월 5일이다.
늦깎이 대학생활이 시작되면서 건물주 아들을 소개받았다.
25년 전 건물주라는 단어는 미성숙한 여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와 가난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가고 싶은 욕망은 꿈틀댔다.
시어머니의 한마디에 여자의 마음은 사르르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아가야!
이제는 피아노만 치고 살아라"
여자의 머릿속에는 만져보지도 못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꿈에서나 가능할 것만 같던 일이 나에게 일어난다니!
여자는 자기 결정권을 아주 많이 상실한 상태임이 틀림없었다.
7월 5일에 만난 건물주아들과 여자의 만남은 매일같이 이어졌다.
급기야 10월에 여자의 집에 인사를 하러 가기에 이르렀다.
무엇에 이끌렸는지는 여자는 알고 있었다. 엄마에게 호강시켜 주겠노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었다.
10월 여자의 집에 인사 가는 건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도저히 성격이...
아니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어머니의 남자는 퇴근후 매일밤 여자의 대문 앞에서 여자를 부른다.
여자는 다시 한번 자기 결정권을 잊은 듯하였다.
여자는 착한 성품의 시어머니의 남자를 이내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자는 매일 아침 집 앞에 손수 편지를 놓고 가는 교장선생님의 아들에게 이별의 편지를 써내려 간다.
편지를 받아 든 교장선생님의 아들의 눈시울을 잊을 수 없었다...
교장선생님의 아들에게 상처를 준 여자는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잘 살아야 했다.
착한 성품의 시어머니의 아들과 7월 5일 만나 그해 12월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시어머니의 첫 번째 남자는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해로 넘어간다면 여자는 시어머니의 남자를 떠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여자의 마음은 분명 그러했으리...
첫눈에 반한적이 있는가?
연애의 이론에는 사랑이란 첫사랑이란 단어도 물론 포함된다.
또, 첫사랑에 이어 콩깍지란 단어도 있음이다.
연애의 이론에 입각해 생각해 보니, 콩깍지는 유통기한이 분명 있었다.
콩깍지의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시어머니의 남자와 여자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