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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년

발리

by SUKAVIA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반 백수. 각종 세금 관련 신고를 할 때는 마땅한 카테고리가 없어 프리랜서라고 기입한다. 아무튼 여행이 업인 여행작가에게도 안식년이 있다. 일반적인 직장인의 안식년이 회사에서 일정 기간 휴직을 하고 재충전을 하는 것이라면, 프리랜서에게 안식년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즉, 일과의 거리를 둔 채 여행을 하는 시기다.



IMG_0460.jpg 출국 1일 전




여행작가은 일 년 내내 무급휴가다. 그리고 사실상 불확실한 미래, 언밀히 말자면 출간 계약이 곧 미래이고 해야 할 일이 되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 쉼 없이 달려왔고 운 좋게 일 년에 한 권씩 출간도 했다. 그러나 종이책의 생명력. 특히나 온라인이 대세가 된 여행 생태계에서 여행 작가라는 직업은 분명 몇 년 안에 사라질 것이다.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다. 각설하고.




매년 연말 루틴처럼 일 년 내내 쌓은 마일리지를 턴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쌓이는 속도가 더디고 쌓은 방법 역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것들이다. 아무튼 취재를 위해 열심히 먹고 돌아다니는 경비들이 일 년이면 발리 여행을 한번 겨우 다녀올 정도 쌓인다.



스크린샷 2025-06-11 오후 3.19.30.png 6월 현재 댄항공 마일리지



보상 심리에서 시작되는 보너스 마일리지 항공권. 그리고 그 목적지는 언제나 발리다. 이번 여행은 대한항공 성수기를 피해 날짜를 잡다 보니 2달 이상 체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출국이 코 앞까지 다가왔는데, 받아야 할 C1 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발급이 어렵고 30일짜리 비자 역시 인도네시아 비자 이슈로 인해, 발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스크린샷 2025-06-11 오후 2.49.36.png 발리 비자 이슈



과거의 기록들이 남아있고 신청 자체가 되지 않는 인도네시아 이민국 사이트. 자동출입국 시스템이니, 뭐니 갈수록 스마트해지는 상황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일처리는 꽤나 흥미롭다. 이런저런 종교적 공휴일이 끼면 업무 중단은 기본이고 온라인 시스템을 맨날 먹통이다.





결국, 현장에 도착해서 비자를 받아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했다. 난감하다. 모바일 항공권 대신 예전처럼 이민국에 가져갈 항공권과 여권을 프린트하고 혹시 몰라 잔고 증명서와 호텔 숙박 바우처 등을 준비한다. 물론 30일이 절반 지나면, 이민국에 가서 비자 연장도 해야 한다. 한 달 살기가 넘어가면 사실상 준비해야 할 상황들이 많아진다. 과거 어떻게 2년 가까운 시간을 발리에서 보냈을까,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다.



IMG_0459.jpg 런닝 앱



아무튼 이번 여행은 오로지 나를 위한 여행이니, 평소에 하지 못했던 해변 런닝을 위해 각종 런닝앱 잔뜩 깔았다. 런닝화도 1~2 켤레 챙기고. 가장 중요한 숙소. 걸어서 30초면 해변이 나오는 곳으로 어렵사리 찾아 10일을 예약했다. 10일 동안 살아보고 괜찮으면 연장을 할 생각으로. 안식년을 통해 새로운 영감도 얻고, 열심히 모은 돈으로 플렉스도 하고. 이번 여행을 통해 여행작가로서의 삶과 일, 미래에 대한 준비 등 재정비도 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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