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back to the basic

by SUKAVIA


1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투반이다. 어쩌면 더 되었을 수도 있다. 가이드북 취재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을 할 때는 골목을 하나 정해서 그곳에 숙소를 잡고 짧게는 한 주에서 길게는 몇 달씩 지내곤 한다. 매일매일 자연스레 얼굴을 익히고 어색한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하다 보면 시간의 힘이랄까. 나중에 헤어지는 날에는 서로의 안부와 건강을 걱정해 주는 친한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발리의 곳곳에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게 되었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와나 세가라 골목 ⓒ Photo_SUKAVIA



물론 여행자의 동선에서 조금 빗나간 골목골목이지만 오랜만에 한 번씩 찾아가면 정말 반갑게 맞아주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매년 발리에서 한 달 살기 이상 살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더욱이 이번에는 최소 2 달이다. 아쉽게도 60일짜리 비자를 받지 못해 30일 비자를 한 번 연장하게 된다. 최대 60일. 물론 싱가포르나 제3국으로 비자런을 하면 다시 60일이 추가될 수도 있다.



바이크 주차료는 2000루피아 ⓒ Photo_SUKAVIA



빼곡하게 표시된 구글 지도를 펴놓고 '어디로' 갈 것인지를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다. 지역에 따라 여행의 콘셉트가 바뀔 수도 있다. 물론 여행 목적에 따라 지역이 달라질 수도 있다. 고민 끝에 'Back to the basic'로 이번 여행의 테마를 잡았다.



런닝하기 좋은 산책로 ⓒ Photo_SUKAVIA



빠르게 변해가는 최신의 정보를 담기 위해 노력했던 가이드북과 관계없이 떠나는 여행이기에, 발리 여행을 처음 하던 그때로 돌아가 그 골목에서 만났던 로컬들을 만나고 그 골목에서 먹던 음식과 그 골목에서 보냈던 시간을 추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예전처럼 날렵했던 시절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운동, 제일 하기 쉬운 달리기를 마음껏 해보기로 했다.



추억의 홀리데이 인 리조트 ⓒ Photo_SUKAVIA



고민 끝에 선택한 지역은 바로, 발리 투반 지역의 제르만(Jerman) 해변 인근 잘란 와나 세가라(Jl. Wana Segara)다. 홀리데이 인 바루나 리조트와 한 때 유명했던 엔비 레스토랑이 있는 거리다.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지역은 아니지만 나에겐 나름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흔히들 서핑 좀 하는 서퍼라면, 이곳에서 전통 보트 주쿵을 타고 조금 먼바다로 나가 파도를 탄다. 실력이 좋으면 그 길로 저 멀리 G-land 까지도 간다.



부자 서퍼 ⓒ Photo_SUKAVIA



물론 에어포트 리프로 알려진 곳이 대부분이지만, 이곳에서 나는 아주 오래전 이곳에서 조난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낚싯배에 구조되어 나온 곳이 바로 이 해변이다. 그 뒤로도 꽤나 오랫동안 에어포트 리프에서 서핑을 했고 어느 순간 포인트를 울루와뚜로 옮기면서 서서히 멀어져 간 곳이다.





해변은 전과 다르지 않지만 주변 풍경은 꽤나 많이 바뀌었다. 물론 그대로 남아있는 곳들도 많지만. 아무래도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건물들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하지만 좋아진 부분도 있다. 해변으로 산책로가 생긴 것이다. 물론 구글 지도상으로는 끊겨있었는데, 막상 두 발로 두 눈으로 확인하니, 디스커버리 몰까지 달리거나 산책하기 좋은 코스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투반 공항 인근까지 이어지는 길도 산책로가 생겨났다.



꾸따 에어포트 리프 포인트 ⓒ Photo_SUKAVIA




짐바란과 사누르의 풍경과 비슷하게 주쿵들이 바다 앞에 진을 치고 있다. 한 블록 사이지만 여행자보다는 로컬들의 바다 점유율이 90%에 가깝다. 덕분에 귀여운 주전부리 까끼리마들이 많이 있다. 아침, 저녁으로 런닝앱을 하나 다운 받아 열심히 운동 중이다. 여기에 몸에 좋은 코코넛 워터를 물처럼 마시고, 식사도 비건 또는 과일, 건강식으로 주문해서 먹는다. 오후 운동 후에 저무는 일몰을 바라보며 옥수수 구이(자궁바까르)를 먹는다.



발리식 옥수수 구이 ⓒ Photo_SUKAVIA




버터도, 소스도 바르지 않고 그냥 굽기만 한 녀석으로.

초심으로 돌아간 마음으로 하루 4~5만 원짜리 숙소에 자리를 잡고. 참고로 또다시 2주를 연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달짜리로 흥정을 했을 텐데. 귀차니즘과 만족도 높은 숙소 컨디션에 자꾸만 연장 중이다.



2주간 머물게 될 숙소 ⓒ Photo_SUKAVIA



6월 중순부터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는 숙박 요금, 조만간 두 배가 될 것 같다. 두 배가 될 쯤이면 아마도 다른 곳에 있겠지만 적어도 이번 달 말까지는 걱정 없이 지낼 곳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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