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NAGOYA by SUKAVIA
2025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10월쯤 갑작스레 찾아온 증상에 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다시 쓸 만큼 많이 좋아졌다. 노트북 화면만 보면, 울렁거리고 조급함과 불안한 증상이 마치 스위치를 킨 것처럼 한 순간 찾아왔다. '디지털노매드' 타령하며 해외를 떠돌며 작업을 하다 걸린 것인지, 하루 종일 노트북을 잡고 작업을 오래 한 탓인지. 아무튼, '병명'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스스로 '디지털 공황장애'라고 확진했다.
다행히 스마트폰은 상대적으로 증상 발현이 적어 노트북 대신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는 우스깡스러운 상황이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심각해진다면, 어느 병과로 진료를 보러 가야 하는지도 의문? 스러웠다. 아무튼, 가지가지한다. '디지털디톡스'가 필요하다는 구실을 만들어 일 년 중 한두 달은 발리에서 서핑을 하면서 팔자 좋게 놀기만 한 내가. 노트북을 반 강제로 멀리하고 좋아하는 라떼 대신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차로 메뉴를 바꾸며 나름의 방법을 찾아 노력했다.
만약, 누군가 나처럼 디지털 공황장애가 의심스럽다면,
✔︎ 노트북을 가능한 켜지 말고 멀리하기
✔︎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차 자주 마시기
✔︎ 독서, 음악 감상, 라디오 듣기
✔︎ 하루 1만 보 이상 걷거나 운동하기
✔︎ 인센스 스틱 또는 아로마 오일 사용하기
✔︎ 약 찾아보기
다행히 나만의 치료법을 지켜가면서 노트북을 최대한 멀리 두니, 증상이 상당히 호전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용한 여행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일명 치료를 위한 요양 여행. 요양 치료의 조건은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따뜻한 온천 또는 목욕을 할 수 있는 대욕장이 있는 곳으로. 평소와 달라진 것은 없지만 여행지를 선택할 때 온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숙소를 잡을 땐 대욕장이 있는 곳으로 고른다는 점. 물론 숙박비는 평소 사용하는 가격보다 덕분에 조금 올랐다.
여러 여행지를 모색하다, 나고야를 떠올리게 되었다. 적당한 겨울 분위기, 삿포로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겨울 설경과 겨울을 만끽할 수 있고 그런 까닭에 나고야의 숙소들은 대욕장을 갖춘 곳들이 많다. 무엇보다 삿포로만큼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소소한 즐거움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나고야, 노잼 시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전국 3위권의 대도시다. 이런 대도시에서 못 찾을 것은 없다. 긍정의 회로를 돌리고 나고야로 떠났다. 물론 약국에 들러 증상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약도 하나 사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에는 한국에서도 판매했다는 전설의 약 이름 구심(救心)을 하나 적어서. 그렇게 2026년 1월 나고야로 떠나게 되었다.
나고야, 나에겐 전설의 야구선수, 선동열 전 감독으로 익숙한 곳이다. 선동열 전 감독이 선수 시절, '나고야의 태양'이라는 별명으로 주니치 드래곤즈(Chunichi Dragons) 소속으로 뛰었다. 간혹 스포츠 뉴스를 통해 소식을 들었던 기억. 그것이 전부이니, 사실 나고야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간혹 나가노와 헷갈리기도 하는 곳이다.
아무튼 나고야 여행이 시작된 곳은 사카에 역 주변이다. 오아시스 21 버스 터미널과 미라이 중부 타워, 돈키호테, 대관람차, 백화점, 식당가, 술집, 호텔 등이 밀집된 지역이다. 여행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숙소에서 언제든 편의점 접근이 용이하다.
마땅히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오래 머물고 싶어 선택한 요양 여행지이기에, 숙소는 대욕장을 갖춘 곳으로 선택했다. 투숙객들은 대부분 무료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기에, 하루 일정이 마무리되는 저녁 무렵 시간만 피하면, 독채 노천탕에서 전세를 낸 듯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물론, 100% 온천수는 아니지만 간혹 질 좋은 온천수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온천수라면 더욱 좋겠지만 얼었던 몸을 풀어줄 수 있는 온수이니, 크게 상관없다. 현지의 대중목욕탕을 다녀오기도 좋고 근교의 온천 여행을 해도 좋은 곳이다. 나고야를 포함한 중부에는 게로 온천이 유명하다고 한다. 유명하다고 무조건 가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다음을 기약해 본다.
나고야 요양 여행이 테마이니, 장어가 빠질 수 없다. 일본 장어덮밥의 본고장, 나고야. 호텔 조식당에 작지만 밥 한 공기 사이즈에 장어가 올라간 메뉴가 있을 정도다. 아침부터 작지만 한 점 먹고 나면, 하루가 든든하다. 물론 한 끼 5만 원 이상하는 고급 장어덮밥/우나기동도 있다. 메뉴에 따라 통으로 올려먹는 우나쥬와 잘라서 먹는 히츠마부시가 있다. 크게 차이는 못 느끼는 초딩 입맛을 지닌 자로써 그냥 잘려진 가성비 히츠마부시 정도면 충분하다. 백화점 지하가 조금 저렴하다.
나고야에는 내가 좋아하는 카페가 있다. 물론 본점은 오사카지만, 오사카 외에 나고야가 유일하다. 여러 추억이 있어서 머무는 동안 몇 번을 방문했다. 카페인은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고야에서 만큼은 어쩔 수 없이 마셨다. 다만, 1일 1회, 오전 중에 마시는 걸로. 발리에 있을 때는 하루 2잔 정도 라떼를 마신다. 그거에 비하면 절반 정도 수준. 그냥 모닝커피라고 생각하면서 하루에 딱 한 잔만!
취재가 아닌 요양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직업병처럼 이어지는 환장 파티,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 되는데... 나고야에도 한국 여행자들은 상당히 많다. 어딜 가던 한국어가 먼저 들려온다. 적당히 안정감을 느끼는 포인트. 보통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동남아 어딘가를 찾아 떠나곤 했는데, 그전에 항상 일본에서 신년을 보낸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보내게 되는 이유는 바로, 하루하루 연속되는 시간에 강제 쉼표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환경적 변화의 조건을 달지 않으면 스스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그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12월 31일과 1월 1일. 해가 바뀌는 중요한 날임에도 어떤 경우, 아무런 변화없이 12월 32일쯤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은 그래서 자주 보내는 신년 장소.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 멈출지 모르는 SP 방송들과 신년에만 만나볼 수 있는 몇몇 방송 프로그램들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게 되는 교자의 왕 특집. 보자마자 오늘 저녁은 잘 구운 교자에 생맥주. 혼자 먹기 좋은 조합이다. 1,000엔 정도이니, 만원의 행복이랄까. 이것도 나의 힐링 포인트. 비록 체인이긴 하지만 부담 없이 오며 가며 먹기 좋은 곳이다.
겨울이라고 하지만 눈이 내린 날은 손에 꼽는다. 물론 시내는 눈이 와도 쌓이지 않는다. 날이 추울수록 지하로 다니기도 하고 재설을 워낙 잘하는 일본이라 눈 내린 설경을 도심에서 기대하긴 사실 쉽지 않다. 막상, 눈이 남아있다고 해도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고 나면 거의 진흙탕이 되기 십상.
날씨 예보를 참고해서, 기후현에 위치한 시라카와고로 떠나기로 했다. 하얀 눈 풍경을 기해하면서. 눈이 내리지 않는 풍경도 좋지만 이왕이면 하얀 눈 속에 파묻힌 풍경을 보고 싶었다. 시라카와고까지는 차량을 직접 몰고 가는 방법과 버스 투어를 신청해서 가는 방법. 현지 지리와 운전이 서툰 여행자들은 버스 투어만 한 것이 없다. 비록 체류 시간은 비록 길지 않지만 맛보기 정도는 가능하다.
물론, 돈을 더 많이 낼수록 체류 시간도 길고 라이트업이라는 특별한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지만 그럴 의도는 없다. 그렇게 떠난 빅버스가 몇몇 관광지를 거쳐 시라카와고에 도착했다. 하얗게 펼쳐진 세상! 평상시 신는 반스 운동화 하나 신고서 전망대까지 오르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래도 어렵게 오른만큼 두 눈에 담아보는 시라카아고 풍경. 합장 지붕 위에 수북히 쌓인 눈.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겨울이면 따뜻한 동남아로 떠나기만 했던 나. 겨울이라는 제철에 만난 겨울 시라카와고는 분명 매력적이다.
다시금 나고야 시내로 돌아오는 길. 가이드 말로는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고 한다. 겨울 도시 여행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교통사고와 눈으로 인한 교통 통제. 다행히 예정되었던 도착 시간보다 2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숙소에 마련된 야외 대욕장에 몸을 반쯤 담근 채 영화처럼 스쳐갔던 하루를 스케치. 몸의 반은 따뜻하면서도 나머지 반은 시원한 이 기분! 나고야, 나에겐 행복한 겨울 여행지, 아니 요양지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