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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おにごっこ

잡히면 죽는다

by SUKAVIA


장마철도 아닌데 마쓰야마는 일주일 넘게 비가 계속 내렸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가 당황스럽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10일 중 9일 동안 지겨울 만큼 비가 내렸고 마지막 귀국 날, 비로소 하늘이 맑아졌다.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을 해서 한 무리의 학생들을 따라 가까운 시로야마 공원으로 향했다.


About Matsuyama by SUKAVIA


학생 ⓒ Photo_SUKAVIA


빠르게 변하는 요즘이지만, 학생들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내 소중한 친구들을 어디로 간 것일까? 평생을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들인데 말이다.


마쓰야마 ⓒ Photo_SUKAVIA


귤 맛이 생각보다 별로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귤에 대해 공부하게 된 기회가 되어준 마쓰야마. 여행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쉼이었다. 덕분에 비가 내려도 괜찮았다. 오래된 노면 전차가 살짝 그리워지겠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스러웠던 여행이다.


시로야마 공원 ⓒ Photo_SUKAVIA


금세 도착한 시로야마 공원. 벤치도 있어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녀석들을 관찰하기 좋았다. 산책 겸 사람들을 따라 한 바퀴 돌아가 자리를 잡았다.


시로야마 공원의 학생들 ⓒ Photo_SUKAVIA


방과 후 자유 시간. 학원으로 갈 놈들은 가고 학교에 남아 부카츠 활동을 할 놈들은 할 테고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낸다.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심 속에 이렇게 공원이 있으니, 모여들기 좋다. 학창 시절을 떠 올려보면 우리는 방과 후 주로 시내로 향했다. 시내라고 해봤자 분식집과 노래방, PC방 정도가 있었던 곳.


남학생 ⓒ Photo_SUKAVIA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그 수가 꽤 된다. 요즘엔 한 반에 몇 명인지 모르겠지만 모인 숫자를 보니 대략 50~60명. 교복 상의를 벗기 시작하더니, 본격적으로 뭔가를 준비한다.


술래잡기 ⓒ Photo_SUKAVIA


무슨 게임을 하는 것인가?

최대한 넓게 자리를 잡고 시작된 게임!

알고 보니, 술래잡기(おにごっこ)다.


술래잡기 ⓒ Photo_SUKAVIA


술래(おに)는 2명.

몸에 터치를 하거나 잡으면 된다. 술래끼리 작전을 짜고 먹잇감을 몬다. 술래들은 어슬렁어슬렁 먹잇감을 포착,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먹잇감들.

웬만해서는 숨도 차오르지 않는 체력이 부럽기만 하다.

얼마 전 동생이 회사 체육대회(주로 축구나 족구를 함)의 주 종목이 볼링으로 바뀌었다고 알려왔다. 이제는 뛰는 것조차 힘이 든다는 이유로.


시로야마 공원 ⓒ Photo_SUKAVIA


녀석들이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필사적인지, 마치 스포츠 게임을 라이브로 관전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잡고 잡히는 술래잡기 속에서 들려오는 끝없는 웃음소리.

그랬지, 사소한 하나하나가 웃기기만 했던 그 시절.

웃으라고 만들어놓은 개그 프로그램 방송을 보면서도 결코 웃지 않는 나도 그 시절에는 웃었다.


마쓰야마 여행 ⓒ Photo_SUKAVIA


얼마나 뛰는 것인가?

벌써 30분 째다.

저 정도라면 5Km 마라톤도 충분할 것 같다. 쉬지도 않고 물론 먹잇감이 잡히면 잠시 쉬며 숨을 고르지만. 가만히 보니, 술래잡기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도 필요하고

술래에게 잡히지 않도록 오랫동안 뛰어야 하는 지구력도.

여기에 반복적인 러닝과 쉼까지.

인터벌 트레이닝 효과도 상당해 보인다.

내가 자리를 벗어난 뒤로도 녀석들은 그렇게 한참 동안 필사적으로 뛰어다녔다.


마쓰야마 시로야마 공원 ⓒ Photo_SUKAVIA


즐거운 술래잡기를 관전하고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학창 시절 친구들이 떠올랐다.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잡히면 죽이겠다는 마음하나로 학교 운동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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