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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AVIA Jul 20. 2023

오아시스

라오스 돈 콘에서 


머릿속에 분명히 지우개가 있나 보다. 불과 하루 전에 있었던 일도 기억나지 않으니 말이다. 병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 조금씩 심각해지고 있다. 아무튼 반납해야 할 자전거를 깜빡하고 방갈로 앞에 모셔둔 채 날이 밝았다. 대략 유추할 수 있겠지만... 자동 연장되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마신 맥주를 탓해야겠지만 아무튼 체크아웃 시간도 넘긴 채 오후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 버린 것이다. 결국 방갈로도 자동 연장되었다. 하루 종일 멈추지 않고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실링 팬이 갑작스레 멈췄다. 정전인가? 방갈로가 뜨거운 태양을 고스란히 받으며 불가마로 변하고 있다. 샤워를 해봐도, 부채질을 해와도 소용이 없다. 몸과 마음이 불타오른다. 참다못해 자전거를 끌고 나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페달을 힘차게 밟을 때마다 시원함이 느껴진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미친 듯 달리며 돈 콘의 오아시스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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