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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AVIA Jul 20. 2023

밤이 아름다운 그곳

사반나케트의 밤


사반나케트,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경유지에 불과하겠지만 나에겐 라오스 여행의 작은 휴식처 같은 곳이다. 도시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앙증맞은 작은 테이블과 의자, 또 다른 하루를 준비하는 현지인들로 광장 주변은 분주해진다. 여전히 그들만의 즐거운 시장이지만 이방인들에게도 시장 풍경은 이들의 삶을 잠시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1968년 식 폭스바겐을 만날 수 있고 머리까지 띵하게 만드는 시원한 수박 주스와 달콤한 코코놋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서툴지만 책 자 마지막 장에 항상 등장하는 라오어를 연습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도시. 현지인들도 낯선 이방인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여타의 여행지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소소한 기쁨들. 사반나케트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나누는 곳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 흥얼거리며 평온한 밤을 보낼 수 있는 곳. 흉물스럽게 방치된 듯한 건물들도 어둠이 깔리고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면 미처 알지 못한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기준으로 보면 심심하고 부족한 곳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이곳만 한 곳이 없다. 매일 밤 소박하게 열리는 야시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나를 위해 미소를 짓고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사반나케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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