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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AVIA Jul 21. 2023

별 볼일 있는 므앙콩

돈 콩 아니 므앙콩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확인하고서도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배가 고파 일어섰다. 아침부터 '플로어'가 신이 난 모양이다. 이리저리 날뛰더니만 미끌한 나무 바닥에 넘어지기까지 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도 아무렇지 않게 재롱을 떤다. 그래도 이 녀석이 있어서 지루할 일은 없다. 요 며칠 음식을 앞에 놓고 나도 모르게 투정을 부리길래. 어제저녁은 그냥 굶었다. 그래서일까? 특별할 것 없는 바게트와 계란프라이, 버터가 전부인 아침식사를 너무나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워 버렸다. 숙소에서 마시는 커피가 이상하리만큼 맛이 좋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주방에서 뚝딱 만들어내는 계란프라이와 스크램블은 오성급 호텔만큼이나 훌륭하다. 토마토와 양파까지 썰어 넣고 마지막에 마법의 간장을 약건 넣는 것이 나름의 팁이라고 한다. 젖은 가방을 말리려 수영장 옆에 걸어둔 나의 소중한 가방은 어느 순간 플로어의 장난감이 되어버렸다. 일정대로라면 돈 콘으로 넘어가야 하지만 친절한 주인아주머니와 귀여운 플로어 때문에 므앙콩(Muang Khong)에서 조금 더 머무르기로 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아침에 진한 라오 커피에 바케트 빵을 먹고 낮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숨어있다가, 더위가 한 풀 꺾인 저녁이 되면 플로어의 재롱을 받아주며 비어 라오에 볼품없는 스파게티를 먹는 정도다. 어젯밤에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다 별 사진을 찍었다.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라오스 므앙콩에서 별 볼일이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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