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 Burton, 〈유령신부(Corpse Bride)〉, 2005
※ 본 감상에는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 법 슬퍼할 필요는 없어
죽음을 피해 도망 다녀도 마지막엔 모두 한 줌의 재"
영화 속 저승 세계의 유령들은 모두 죽을 때의 옷을 입고, 죽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다. 피부가 썩어 해골이 되고 목이 잘려(!) 구더기가 살기도 하지만, 대체로 활기차고 즐거워 보인다. 애초에 '활기(活氣)'란 살아있는 기운을 이르는 말이니 감독의 상상 속 저승은 이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설계와 표현은 죽음에 대한 근원적·본능적 공포와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독은 결말로써 두 세계의 경계를 명확하게 긋는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는 '결혼'이다. 최근에는 서류 하나로 결혼과 이혼이 가능하지만, 이곳은 '귀족' 계급이 존재하는 19세기 영국. 결혼의 서약은 종교적이고 주술적이며 절대적이기까지 하다. 오직 같은 세계의 사람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빅터와 유령신부(이하 에밀리)는 그 단절을 뛰어넘어 두 세계를 오가지만, 결국 에밀리는 각자의 세계로의 회귀를 제안하고 결말을 맞는다.
우리는 태어난 모든 생명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환생의 여부는 알지 못한다. 환생이나 윤회와 같은 주술·종교적 개념이 존재하지만,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따라서 죽음은 비가역적이며 태어난 자만이 죽는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주인공과 우리는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죽음과 삶에 관한 감독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가?
영화 〈유령신부〉 세계관 속의 인물들은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다. 철저히 종교적인 관점이다. 그들의 죽음은 오직 육체의 정지로써 이루어진다. 심지어 그들은 이승에서도 물리적인 힘을 가질 수 있으며, 산 사람들의 눈에 보이기까지 한다.
현실에서 유령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존재하는지조차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상 현상들을 유령의 소행으로 보는 관점도 있으나, 의견이 분분하며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다. 감독 팀 버튼은 하나의 예를 제시한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죽음이라고 할 수 있나? 육체 활동의 종말을 죽음이라 해야 하나? 영혼이 존재한다면, 삶과 죽음의 경계는 어떻게 특정할 수 있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임이 틀림없다.
캐릭터 파헤치기 - 에밀리와 빅토리아
에밀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능동적으로 행동한다. 빅터의 서약이 효력을 발휘하면서부터 에밀리는 끊임없이 빅터를 설득하고 찾아다닌다. 빅터와의 결혼을 성사하기 위해 빅터의 강아지 스크랩스의 유령을 찾아 선물(?)하고 주술사 엘더 구크네트를 찾아가 이승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한다. 결말에서 빅터의 죽음을 막는 것도, 바키스를 처단하는 것도 모두 에밀리다.
물론 2005년 작에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하므로 결혼을 최종 목표로 두는 에밀리의 태도에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미 남자(바키스)에게 배신당하고 죽음까지 맞이했는데, 다시 기대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의 원동력으로는 강력한 목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빅터와 에밀리 사이의 커다란 걸림돌이 '삶과 죽음의 경계' 외에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저승의 모든 인물이 에밀리에게 우호적이고, 빌런이 오직 바키스뿐이라는 게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만들었다.
빅토리아는 극이 진행되면서 점차 수동적 태도를 극복하고 스스로 행동한 인물이다. 빅토리아는 부모가 정해준 결혼에 무력하게 응하는 순종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빅터와 사랑에 빠지고 (여기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아쉬운 요소이긴 했다) 결혼을 자신의 목표로 치환한다.
이후 에밀리와 바키스의 등장으로 두 사람의 결혼이 위기에 처하자 빅토리아는 잠긴 방에서 탈출해 교회를 찾아가는 일탈을 감행한다. 자신의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물리적·관념적 코르셋을 벗어 던진 것이다. 얌전한 귀족 아가씨라는 전형적인 프레임을 크게 벗어나진 못하지만, 변화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