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도 그냥 병원이다

이명수, 『우울해방일지(2023)』

by 서방정

정신질환에 관하여

언젠가부터 한 블록 건너 하나 정도는 정신건강의학과 개인의원이 보인다. 마음 치료과 관련된 서적과 영상이 넘치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언뜻 보면 한국 사회가 정신 질환과 치료에 매우 너그럽고 개방적으로 변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그렇게 보이기만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조금만 살펴보더라도 정신 질환을 희화화하거나 밈으로써 사용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행동에 문제가 있으면 "정병", "병신" 등의 단어를 거리낌 없이 쓰면서 모든 행동의 원인이 개인의 정신적 문제에 있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여전히 그것이 당연한 사회다.


이 글에서 '정상성'에 관한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논의나 인격 장애와 정신증적 증상의 차이, 심리상담사와 상담심리사, 전문가의 차이 등에 관해 논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말을 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할 수준도 되지 않는다. 다만, 정신과 질환과 치료에 관련된 오해를 풀고 싶고 『우울해방일지』라는 양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신체적 질병과 정신 질환의 차이점

정신의학과의 진료와 치료의 목적 역시 회복에 있다. 정신 질환에도 경증과 중증이 있으며, 급성과 만성이 존재한다. 약물 복용과 생활 습관 조정으로 해결되는 증상이 있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재발도 잦다. 말 그대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다만 원인과 병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환자가 얼마나 자기의 증상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는지, 또 그걸 얼마나 치료자에게 잘 전달하는지에 따라 진단명과 치료 가능성, 경과가 달라진다는 점이 일반 신체의 병리적 증상과 다른 점이다.




상담? 약물?

뮤지컬〈넥스트 투 노멀〉의 주인공인 다이애나는 꾸준히 약물치료를 진행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 그 후 상담을 통해 그가 앓던 정신증의 원인을 알게 되고 결국 트라우마를 마주한 뒤 증상을 점차 수용한다. 의사가 질병의 정확한 원인도 규명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약물치료를 비판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아~ 그러면 약은 안 먹어도 되는구나. 그거 상담만 받으면 되는 거 아냐? 정신과 가면 이력도 남는다는데 그러면 나중에 불리하겠지? 상담센터에 가자!"


절대 안 된다. 오직 마음가짐에서만 비롯된 자발적 우울감과 슬픔이라면 상담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소수이며 증상의 원인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등의 작용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유전적인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약물 치료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는 것을 단지 환자의 의지박약으로 치부하면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상담 없이 약만 먹는 것도 완전한 치료가 아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은 다양해서 내부에도 존재하지만, 외부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언제든 재발할 수 있고 재발은 이전보다 더 긴 치료 기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 대체 어쩌란 말인가?




병은 병원에 가서 고쳐야

가장 좋은 것은 전문가를 동반한 양질의 상담과 적절한 약물 치료다. 너무 원론적인 것 같지만, 원론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결국 최선의 해답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정신과 문턱을 넘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내 증상이 별 게 아닌데 엄살 피우는 것 같고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울해방일지』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해방일지』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 치료 과정에서 들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약은 당연히 병원에 방문하여 처방받아야 하지만, 상담은 근본적으로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므로 적절한 질문과 조언만 병행한다면 혼자서도 가능한 작업이다. 이 책에는 증상과 해결 방법을 함께 적어 적재적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단순한 무기력과 우울, 불안이 아니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다루고 있으니 필요한 부분을 발췌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책만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럴 땐 도움을 청하자. 정신과에 간다고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만 가는 곳도 아니다. 감기에 걸렸다고 의지가 약하다고 하지는 않지 않나.


정신과도 병원이다. 특별하지도 특이할 것도 없는, 그냥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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