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파도

― 김동인 「배따라기」

by 서방정

"거저, 운명이 데일 힘셉디다."


이 소설은 운명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과 그것에서 비롯된 고통을 담고 있다. 쌓아온 선택이 필연을 만들고 필연이 오해를 부르며 오해가 우연과 만나 죽음을 부른다. 우연은 운명이다. 그러나 그 우연의 작용을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운명을 탓한들 하늘은 듣지 않는다.


'그'는 동생과 아내가 간음하였다고 오해하여 두 사람을 폭행하고 쫓아낸다. 아내는 죽고 동생은 떠돈다. 현대의 관점에서 이는 분명한 범죄이며,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원색적으로 비난하지 못한다. 그 모습에서 우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와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오해의 축적과 확장,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에서의 감정적 폭발. 사건의 인과 관계가 없을지라도 우리는 보인 것을 보고 본 것을 믿게 된다. 인간은 그토록 나약하며 쉽게 무너지는 존재다. 소재가 낡았을지언정, 들어있는 감정의 폭은 어느 시대에나 통한다.


이 소설의 제목이자 주된 소재인 〈배따라기〉는 이별가에서 비롯되었으나, 구전됨에 따라 뱃일의 고단함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변화했다. 고통과 슬픔의 운명에 휩쓸린 '그'는 자신이 가정에 가져온 불행을 내면화하여 불행이 없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선택에 대한 뉘우침으로 내내 〈배따라기〉를 부른다. 그러면서도 뱃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이는 삶을 한탄하면서도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우리의 생과 닮아있다.


'나'는 날씨 좋은 봄날, 우연찮게 듣게 된 〈배따라기〉 노래를 쫓아가다 '그'를 만난다. '그'가 〈배따라기〉 노래를 따라 '그의 아우'를 쫓아가는 것과 닮아있다. 소설 속 〈배따라기〉 노래는 그리운 것, 사람을 찾아가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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