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는 거꾸로 눈을 감는다

정처 없이 걸어도 서방정토에 닿을까 01

by 서방정

새는 거꾸로 눈을 감는다



새는 거꾸로 눈을 감는다

밀어 올려야 닫힌다


너는 왜 눈을 그렇게 감고 그렇게 뜨냐 다그쳐도

다그친 만큼 다치기만 할 뿐

눈꺼풀을 떼어다가 위에 붙이고

너도 나처럼 해보라고 가르쳐도

새는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간다

그러다 새가 끝내 죽어버리면

너는 왜 눈도 못 감느냐고 그 쉬운 것도 못하느냐고

시체에 삿대질하고 세상에 하소연한다


새가 죽었어요 눈도 못 감고 눈 하나도 못 감고 저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가엾어라 속상하셨겠어요

다음 새는 잘 키워보려고요 그 아인 다를 거야


새는 거꾸로 눈을 감는다

밀어 올려야 닫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모두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