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탕을 끓이며

by 나를


남편이 좋아하는 생대구탕을 끓였다. 신선한 생물 대구라 멸치 육수를 내어 대구, 고춧가루, 멸치액젓, 국간장, 맛술만 넣어도 시원한 국물 맛이 하루의 무게를 씻어 내린다. 무도 넣지 않았다. 남편은 오로지 대구만 넣은 대구탕을 좋아한다. 남편이 "아 시원하다"라고 말하며 먹는 모습을 그려본다.


원재료가 싱싱하면 다른 부재료를 넣지 않아도 깊은 맛이 난다. 식당이나 밀키트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다.


매일매일 집안일을 하다 보면 가끔씩 남이 해준 음식을 먹고 싶고, 하루나 이틀 반찬 만드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 두 끼 연속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 나도 모르게 죄책감이 몰려와 또 부지런히 음식을 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무한 순환이다.


우리 집 아이들의 소울푸드는 만두다. 그래서 명절을 손꼽아 기다린다. 시판 냉동 만두에서 못 느끼는 담백함과 갖은 재료의 조화, 재료 준비에서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기다림은 추억의 음식이자 현재 진행형의 음식이다. 오손도손 둘러앉아 만두 만드는 추억은 기억 속에 저장돼 가끔 꺼내볼 것이다.

이렇듯 음식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오늘 남편에게 끓여준 대구탕도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내려 줄 것이다. 속상했던 일도 마음에 잠시 접어두고 노곤해져 단잠을 잘 것이다. 그걸 알기에 특히 저녁 식사 요리에 마음을 다한다.


아이들은 힘들 때 집에서 만든 만두와 치킨으로 며칠간은 행복하다고 하니 음식이 우리의 마음과 몸을 회복시키고 치유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에게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주는 느낌이 들게 하듯이 정성스러운 음식은 우리에게 살아갈 에너지와 마음의 윤활제 역할을 한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식사 준비는 수행에 가깝지만 순간순간 요리에 마음을 다하는 자세가 나의 마음도 치유한다고 느낀다.


완성된 대구탕을 보니 내 마음도 풍성함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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