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낯선 풍경

by 나를


일요일은 그나마 한 시간 정도 더 누워 있을 수 있다. 잠은 오지 않지만 이불 안의 느낌이 따뜻하다. 고민도 잠시나마 잊는다.


느지막하게 남편에게 계란 두 개를 넣고 라면을 끓여 주었다. 국물까지 시원하게 마신다. 나와 아이들은 삶은 계란과 방울토마토를 먹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요즘에는 아들이 부엌에서 식빵을 만들고 고기를 오븐에 굽고, 계란 프라이 등 수시로 요리를 한다. 번잡해진 주방을 보면 내 일을 도와준다는 느낌보다는 아들이 요리한 후 어질러진 주방을 치우는 일에 더 예민해진다.


대학교를 자퇴하고 아직 마음을 잡지 못한 아들이 손으로 뭔가를 하면 불안함이 가시고 활력이 도는 것을 알기에 마음과는 다르게 지켜본다. 오늘 저녁도 아들이 목살을 굽고 계란찜을 도맡아 하고 나는 옆에서 거들었다. 아들의 행동이 사뿐사뿐 가벼워 보인다. 말을 줄이고 지켜보는 일이 쉽지 않지만 최선의 행동인 것 같다.


오븐에 구운 목살이 좀 딱딱하여 다음부터는 프라이팬에 구워야겠다며 평가를 남겼다.


어떤 날은 평안하게 보내고 어떤 날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조심한다. 어쩌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붙어있다 보면 나만의 시간은 더 간절해진다.


주말의 끝은 더 피곤하다. 나는 평일의 익숙함이 편안하지만 남편에게는 일요일의 충전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나의 이런 속 좁은 마음조차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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