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버지

by 나를

내 기억이 시작된 곳은 강원도 강릉이다. 특히 겨울 아침 눈 쌓인 풍경은 나를 저절로 그곳으로 데려간다.



나에게 나의 아버지를 빼고는 삶이 설명되지 않는다. 나의 아버지는 천식이 심하셔서 직장을 들어가셔도 금방 그만두셨다. 가래를 자주 내뱉고 잦은 기침으로 남들과 갈등이 잦으셨다.

거기에 부모 없이 자란 아버지는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서 늘 목소리를 높였다. 미리 방어막을 치고 오로지 자신만이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처절함이었을까?

아버지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의 부재로 우리 남매에게도 어떻게 사랑을 주어야 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언니, 나, 남동생은 아빠와 함께 있는 시간엔 늘 불안하였다. 밥을 먹다가도 언제 상이 날아갈지 몰라서 가능한 한 빨리 먹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아빠와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결혼 전에 내 눈에 비친 아버지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야 아버지의 삶이 내 마음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다른 시각에서 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부모 없이 어린 나이에 떠돌면서 생활한다는 건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경험해 보지 않고는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평생 부모를 원망하며 자신의 건강을 망치면서까지 자신의 삶을 힘겹게 지나가셨다. 결국 모두를 힘들게 한다는 자책감으로 안 좋은 선택을 하셨다. 남아 있는 가족들은 또 아버지의 삶의 고통을 마음속에 인두로 지져놓은 상처를 입게 됐다.

누구의 잘못도 아님을 안다. 삶은 지속적이고 우리가 뿌린 씨앗을 거두고 살아감을 느낀다.

아버지의 삶 속에 우리가 새겨져 있고 우리의 삶 속에도 아버지가 새겨져 있다. 아버지의 고달픈 인생이 우리에게 그리움의 잔상을 남겨놓고 가셨다.

의지로 될 수 없는 삶이란 거대한 고행에 다시 일어나서 끝까지 완주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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