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책 속 여행을 할 때가 더 행복했다. 결혼 후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저히 책에 집중할 수 없었고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나마 독서 지도를 하는 시기엔 수업에 관련된 책들을 몇 회독하는 걸로 내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늘 글 쓰는 작가에 대한 꿈은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글을 쓰는 게 어려운 일이었다. 육아, 집안일로 바쁘고 몸도 약하고 삶의 파도에 밀려서 나는 어느새 글을 쓰는 일을 잊어갔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글로 쓰고 싶어졌다. 갑자기라기보다 혼자 우두커니 누워 있을 때마다 쓰고 싶은 갈망이 생겼다. 삶의 퍼즐이 딱딱 맞춰지는 느낌이다. 삶의 길을 잘 버텨왔으니 이젠 써도 될 것 같아 하는 마음의 울림일까? 쓰는 일은 늘 편한 일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또 한편으론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생각해 보면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이 살아있다고 느낀다. 그 이전에는 내 앞에 놓인 일들을 처리하기 바쁘고 삶에 찌들어 살았다. 우리 가족이 무탈하게 일상을 잘 보낼 수 있게 뒷바라지를 정말 열심히 하였다. 새벽 6시 전에 식사도 못하고 나가는 남편을 위해 꼬박 6년째 삶은 계란, 커피, 떡, cca주스를 직접 갈아서 싸 주고 있다. 몸이 아플 때도.. 그땐 내가 최선을 다했지만 늘 마음속에 공허함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몸이 안 좋을 땐 숨 쉬는 일도 힘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턴 내가 비로소 내 삶을 사는 것 같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고 매일매일 나에게 숙제가 주어진 것처럼 하루 종일 무엇을 쓸까?를 고민한다. 보이지 않는 쇠사슬처럼.. 오늘도 자연스럽게 써 본다. 내가 쓰는 일이 내 만족으로 끝나지 않으려고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