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by 나를

25년 전 새해가 시작되고 며칠 후인 1월 7일 많은 지역에 폭설이 쏟아졌다. 그날 나의 결혼이 예정돼 있었다. 나는 친정이 부산이고 남편은 천안 사람이다. 어른들이 상의한 끝에 결혼식은 천안에서 하기로 했다. 결혼식 날 친정 부모님과 친척들이 탄 관광버스는 폭설에 갇혀 추풍령 고개를 넘지 못하였다. 결국 친정 부모님은 예식 시간에 맞춰 결혼식장에 오시지 못하고 서울에서 온 친척 오빠의 손을 잡고 신부 입장을 하였다.


사람이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오면 오히려 더 평정심을 갖고 상황에 초연해질 수 힘이 생기는 것 같다. 바라고 신경 쓰는 일보다는 잊어버리고 있던 일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도 하니까.. 그날 나의 모습은 너무 담담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남편과 살면서 힘들 때면 결혼식 날이 생각난다. 그날 결혼식을 안 했더라면... 폭설로 부모님이 결혼식에 참석 못 한 건 결혼을 하지 말라는 신호였을까? 라며 혼자 반문하곤 다. 살면서 여느 부부들처럼 삐그덕거리고 많이도 싸웠다. 정말 끝내고 싶다가도 불쌍한 마음이 들고 때론 애달프기도 하니.. 부부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분명한 것 같다.


지금은 돌아가신 시부모님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돌아가시고 후회가 된다. 그토록 미워했건만 살아계셨을 때 따뜻하게 대해 드리지 못한 일이 못내 마음 아프다. 모든 미움이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일이 참 씁쓸하다. 아무리 미워하는 상대여도 죽은 후에는 오히려 죽은 사람을 용서할 마음이 생기는 게 인간의 숙명일까? 시간을 돌린다면 어머님과 팔짱 끼고 마트도 가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 그리곤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다음 생에서는 좋은 부모 만나 사랑 많이 받고 사시라고

나 또한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내 삶을 더 간소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서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서로 악역을 맡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만나야 하는 인연이었기에 만난 거라고 그리고 이제는 감정의 찌꺼기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떠날 땐 언제든 마음에서 놓아주겠다고 되뇐다.

작가의 이전글매서운 날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