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날에는 집에서만 머무를 예정이다.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힘에 부친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만두를 먹고 싶다고 해서 마음속에서 이는 갈등을 접고 만두 속을 준비한다.
김치 10쪽을 잘게 썰고 있자니 괜히 시작했나 싶다. 오십견으로 무 채 써는 일도 삼가고 있는 요즘, '만두 만드는 일은 무리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쉬다 하기를 반복하며 두부를 면포에 넣어 힘을 주어
짠다. 숙주나물도 삶아 씻어 놓고 당면도 끓는 물에 넣는다.
힘이 센 아들은 신이 나서 재료 짜는 일을 거든다.
평소에 느긋한 아들이 오늘은 동작이 참 재다.
밀가루를 찾아 만두피 반죽도 직접 한다. 부엌과 거실은 가루로 난장판인데, 홍두깨로 미는 아들은 신이 나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집 안 공기까지 훈훈한 기운이 도는 것 같다.
요리에 진심인 아들은 언제부턴가 몇몇 요리는 직접 한다. 두 사람이 동시에 부엌에서 요리를 하다 보면 짜증이 올라오기도 한다.
뭐든 제대로 해서 먹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 가끔 잔소리를 하려다가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표정으로 집중하는 아들의 모습에 다시 말을 삼킨다.
식탁 위, 마루 바닥엔 가루로 희뿌옇고 설거지 거리도 싱크대에 잔뜩 쌓여 있다.
미리 치울 걱정이 앞서지만 오늘 한 만두로 며칠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그려본다.
아들은 만두피를 늘리면서 나에게 넘겨주고 나는 만두소를 꽉꽉 채워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