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가끔 나에게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강릉이라고 대답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고향을 뒤로하고 강릉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아버지는 외롭다며, 누나들이 살고 있는 부산으로 가자고 하셨다.
그 당시 나의 감정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가, 이별의 슬픔보다 더 컸던 것 같다.
우리 삼 남매는 큰고모와 먼저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고, 며칠 뒤 부모님은 짐을 싸서 오셨다.
그곳을 떠나던 날 아침, 반 친구들이 우리 집에 찾아와 마지막 인사를 하던 모습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순간 친구들 얼굴, 이름도 흐릿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잊혀 가는 여운이라도 붙잡고 있었다.
지금 친구들은 어떤 모습으로 나이를 먹었을까, 꼭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다.
살면서 고통이 몰려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면, 몇 번이고 강릉을 찾았다.
바닷가를 걷고 있으면 나의 감정들이 파도에 쓸려가는 것 같았다.
기차 차창밖으로 스치던 바다와, 잎을 다 떨군 앙상한 나무들, 띄엄띄엄 보이는 집들은 내 마음 위에 짙은 그리움을 덧칠한다.
나는 오래도록 기차 창밖을 바라보았다.
언제든지 바닷가로 걸어갈 수 있는 곳
내 마음은 이미 그곳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