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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시일강 김형숙 Oct 21. 2023

어린시절 칭찬받은 오남매

캔디만화가 보고 싶었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골 집이 생각난다. 집은 남향이었다. 퇴마루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면 우리 포도밭과 자두밭이 보인다. 산이 비탈져서 포도상자가 구르면 바닥까지 굴러간다. 발을 잘못 디뎌 넘어져 구른적도 있다. 우리 마을의 집들 90% 이상이 앞산을 바라보며 남향이었다. 우리는 오남매였다. 겨울에는 포도껍질을 벗겼다. 1~2월 추운겨울에  나무의 기둥과 가지를 발가벗겨 놓는다. 벌레를 잡고 풍성한 수확을 얻기 위해서다. 여름에는 이른 아침부터 검푸른 포도와 붉은 자두를 수확했다. 동네 사람들은 아이들이 착하다며 우리를 칭찬했다. 봄에는 나뭇가지에 달린 포도송이에 봉투를 씌웠다. 하루종일 서서 송이마다 포장하는것은 여간 고된일이 아니었다. 종이포장을 하며 한숨을 쉬는날도 많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천평의 포도밭 포도송이 포장은 어린나이에 힘든 과제였다. 일요일 아침 9시에 하는 '캔디' 만화를 보고 싶었다. 그 재밌는 것을 보지 못했다. 밭에 이끌려 가야했다. 왜 이런곳에 태어났는지 눈물도 났다. 시골에서는 비가와도 눈이와도 쉴 틈이 없다. 눈을 뜨면 일을 하는 것이고 눈을 감으면 잠을 자는 것이다.

장마비가 내리면 집에서 빨래를 했다. 우리집은 기억자로 되어있다. 좌측에는 사랑방이 있었다. 머슴이 사는 방이었다가 창고로 사용했다. 그 옆에는 외양간이었다. 소 두 마리를 키웠다. 외양간 뒤쪽으로 작은 정구지 텃밭이 있다. 텃밭 앞에 작은 2~3평 정도의 비밀스런 방이 있다. 집 뒷마당에는 커다란 장독대가 있다. 우측으로는 뒷마당이 있다. 뒷마당 위에는 대나무밭이 있다. 그속에 감나무 한그루가 있다. 외양간 앞에 물을 버리는 하수구가 장독대부터 이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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