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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시일강 김형숙 Oct 20. 2023

겨울 눈처럼 맑은 생각

꿈과 희망에 대해

겨울 눈처럼 맑은 생각: 꿈과 희망에 대해     

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낭독의 계절이다. 겨울이 오면 세상은 하얗게 변한다. 하얀 세상은 나를 축복의 길로 인도한다. 새로운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겨울은 하얀 백지와 같다. 밤새 하얗게 눈이 내렸다. 눈길을 걸으며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뒤를 돌아보니 꾹꾹 눌린 눈길 위에 나의 발자국들이 춤을 추웠다. 팔랑팔랑 봄날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흔들거린다. 

아버지는 22년 12월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119에 실려 종합병원으로 갔다. 저녁 8시쯤 지인의 가게에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신랑의 다급한 말에 천천히 가도 된다고 했지만 그는 서둘러서 택시를 불렀다. 마음이 콩닥거렸다. ‘왜 쓰러지셨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심장이 쉴 새 없이 콩닥거렸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도착한 곳은 대전의 S 병원 응급실이었다. 아버지는 병원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어 있었다. 눈을 떠보라고 눈을 벌려도 미동도 안 했다. 몸은 온기가 있었지만 냉기 또한 흐르고 있었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 응급실 대기실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다.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추웠을까? 저녁 늦게 서울에서 대전까지 달려온 큰딸을 얼마나 걱정하고 계셨을까? 누워서도 큰딸 걱정을 하고 있었을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안다.

친정에 갈 때 나는 오랜 시간을 집에 머무른 적이 없다. 친구나 지인들과 약속을 해서 그들을 만나고 오기에 바빴다. 집에서 엄마가 차려주는 따스한 밥도 외면했다. 잠깐 들르는 집에 아버지는 나를 챙겨주었다. 엄마의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먹을 것을 내게 갖다주라고 했다. 엄마가 머뭇거리면 아버지가 냉장고에서 과일이나 음료를 내왔다. 깡촌에서 농사지으며 고생하신 아버지는 돈 한 푼 허투루 쓰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용돈을 주면 마다했다. 네가 돈을 주지 않아도 쓸 만큼 있다며 다시 돌려주었다. 차비하라며 5만 원을 엄마 몰래 주곤 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전거를 타며 내리막길을 달리던 그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전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며 운동하던 모습, 심심하다며 박스를 한 장, 두 장 주워서 고물상에 갖다 주던 생각들이 났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적에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고생시켰다. 음주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공포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우리는 맞지 않으려고 피해 다녔다. 엄마는 아무 죄도 없이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할머니에게 효자였던 그분은 자기 엄마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고 따랐다. 아내를 아껴주고 사랑해야 하는데 아내보다는 엄마의 말이 먼저였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었다. 엄마의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왜 미워. 부모에게 효자였지. 엄마가 못해서 그렇지 “ 

”무엇을 못했는데? 엄마는 아버지가 밉지 않아? “

”자기 엄마에게 효도하는데 왜 미워. 착한 아들이지. 아버지는 할머니가 지붕 위에 올라가라고 하면 올라가는 시늉까지 하는데 너네들은 하니? “

할 말이 없었다. 부모님이 말하면 반박하기 바빴지 순종하지 못했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버지가 싸늘하게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 말이 없었다. 냉혈인간이 되어 묵묵부답이다. 한 줌의 재가 되어 삼산골 밭에 묻혀있다. 골골하게 사는 엄마 걱정은 했지만 아버지는 건강하게 오래 살 거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당한 일은 겨울바다의 수면 위 얼음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낭독을 하며 따스한 감정이 살아나고 있다. 낭독시대 책을 아버지 손에 들려주었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아버지는 공부를 못 시켜서 내게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공부를 잘했으면 장학금을 받아서 다녔을 텐데 말이다. 

겨울엔 소리 내어 책을 읽어 보자. 하얀 눈 위에 꿈도 그리고 사랑도 그리고 행복도 그려보자. 겨울은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다. 첫눈이 오는 그 순간을 떠올리자. 설렘이 함께 하는 낭독의 나라에 초대한다.

겨울에 하는 낭독은 꿈과 희망을 준다. 새로운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소중한 순간들 속에서 자신만의 꿈을 만들자. 겨울 눈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생각으로 이 하루도 감사하며 마음의 봄을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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