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삶_쇼핑의 이유

꾸안꾸는 어려워

by 서숙희

옷과 삶_쇼핑의 이유





5킬로 불은 살 때문에 가지고 있는 옷들이 다 맞지 않을 지경이라

걱정이 된 나머지 데님 스커트 하나를 주문했다.

왜냐하면 스커트 이름 앞에 붙은

'5킬로 감량 효과'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날씬해 보이고 싶던 난 서둘러 결재를 마쳤다.

입기만 해도 5킬로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얼핏 모델컷을 보니 정말 그런 듯도 해 보였다.

이건 바로 나를 위한 옷이다 싶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옷은 감량 효과를 채 보기도 전에

한껏 불룩해진 엉덩이와 골반에 걸려 올라가지 않았다.

쇼핑몰 사진과는 다르게 엄청 깡총한 짧은 길이 또한

한 번 더 나를 낙담하게 만들었는데,

그런데 가만 잘 살펴보니 전혀 다른 디자인의 스커트였던 것!

다행이다.

배송료를 물지 않고 옷을 반품할 수 있었다.

최근 여러 가지 옷들을 반품했다.

옷이 이상했다기보다

부푼 내 몸에 잘 맞지 않아 이뻐 보이지 않았기 때문.

그걸 알면서 자꾸만 날씬해 보일 옷을 찾아

쇼핑몰을 헤매는 이유는?

날씬해 보이려면 체중 감량을 먼저 해야 옳은 일 일 텐데

욕심이 많은 난 귀찮은 살 빼기 과정은 생략한 채

옷을 입어 당장 날씬해 보이기를 소망하며

쇼핑에 매진했던 건 아닐까.

그치만 날씬해 보이는 옷 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간절한 내 바람에 속아 날씬해 보인다 믿었던 옷들이 있을 뿐.

사진을 찍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진실들.

대체 왜 난 손쉬운 실패의 길을 자꾸만 걸으려 하는지.


자, 그렇담 이제 다음 방법으로 지금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길이 남아 있는데

이 길이야말로 내겐 도 닦는 것만큼이나 멀고도 어려운 일.

쇼핑이야말로 손쉽게 나의 욕심을 채워줄 유일한 길.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힘든 다이어트 따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어쨌든 난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이기에

나의 쇼핑이란 행위에 명분과 당위성은 충분했다.


반품을 할 땐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안심이 되니

쇼핑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적으로 나의 쇼핑엔 성공만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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