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한 번은 시처럼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는 양광모 시인의 말

by 이숙자

어제 낮부터 내리던 비는 밤이 되어도 그치질 않는다. 오후 내내 학교 도서관에서 일하다 4시에 퇴근을 하고 부지런히 저녁 준비를 해야 했다. 밤에는 예스트 서점에서 양광모 시인의 강연이 있는 날이다. 다행히 집 가까운 서점이라서 마음이 편하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끝낸 다음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어둠이 물들기 시작한 저녁은 비가 더 세차게 내린다. 쓰고 있는 우산이 무용할 정도다. 바지를 걷어올리고 우산도 아주 큰 걸 쓰고 길을 걷는다. 예스트 서점은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찻길만 건너면 있다. 얼마나 편 한지, 책 좋아하는 나는 서점이 있어 마치 친구가 곁에 사는 것처럼 친근하다. 가끔씩 유익한 강연을 들을 수 있고 시 낭송 수업도 서점에서 받고 있다. 서점 가까이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서점에 들어서니 벌써 몇 사람이 와 있다. 이 빗속을 뚫고,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모으게 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을 보인다. 우리 시 낭송 모임 회장님을 비롯해 일곱 사람이나 와 있다. 참 대단한 열정을 가지신 분들이다. 좋아하는 일에 마음을 두고 사는 것은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멋진 일이다.


강연하는 양광모 시인

시인은 청바지에 체크 남방 야구 모자를 쓴 소탈하고 맑을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차분한 말씨로 강연을 시작한다. 이 토록 비가 오는데 강연장에 오신 분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이 훈훈한 분위기를 만든다. 시인은 자기가 살아왔던 지난날들부터 시작하신다.


시인님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도 세 번은 말아먹고 자기 개발서 책도 내고 강연을 하면서 살아왔는데 어느 날 시를 쓰게 되고 행복했다 한다. 하던 일은 접고 한 번뿐인 인생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서, 어떤 날은 하루에 23편의 시를 썼다고 하시니 아마도 접신이라도 하지 않고서야 어찌 그렇게 많은 시를 짧은 시간에 쓸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휴대폰으로.


시인님은 "살아가는 일은 사서 걱정하지 말라 한다. 주어진 일은 그냥 하면 되는 거고 내일 일도 모르고 사는 우리는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걱정을 한다는 것은 아무 결과가 없는 일이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편안해진다."라고 말씀을 하신다. 삶이 편안해지려면 그때그때 순간 최선을 다 해서 살면 되는 거라 알고 있다.


서점 안에서 양광모 시인의 강연을 듣는 문인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한다.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하면 되는 일, 시인님의 말에 공감한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사는 것이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단순한 것이 삶이다.


나는 시가 좋아 시와 가까이하며 살고 있다. 시는 못 쓰지만 시인들의 시를 읽고 낭송하는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는 날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배우며 사는 게 내가 가진 소망이다.


양광모 시인 사인을 받고 시집을 한 권 샀다. 집으로 돌아와 시집을 펴고 시를 읽는다.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한 시를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온다.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양광모


어제 걷던 거리를

오늘 다시 걷더라도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다시 만나더라도

어제 겪은 슬픔이

오늘 다시 찾아오더라도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식은 커피를 마시거나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먹을 때

살아온 일이 초라하거나

살아갈 일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진부한 사랑에 빠지거나

그보다 더 진부한 이별이 찾아왔을 때

가슴 더욱더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바람에 꽃 피어

바람에 낙엽 질 때까지

마지막 눈발 흩날릴 때까지

마지막 숨결 멈출 때까지

살아있어 살아 있을 때까지

가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


살아 있다면

가슴 뭉클하게

살아 있다면

가슴 터지게 살아야 한다


가슴이 뭉클하게 살아야 한다는 시인의 시를 마음 안에 담고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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