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
곧장 전화를 들어 답을 하니
'형님, 밥 잡수시오'?
지인이 묻는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아파트 아래 길 건너 농협 앞에
있으니 내려오셔"라는 말에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 줄 것을 찾으며
두리번거렸으나 줄 것이 없다
아참! 책 줘야지,
책 한 권 정신없이 사인을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한 걸음에 달려간다
일 년이면 몇 번 만나지 않는 사람
서로가 서로를 마음에 둘뿐
전화조차 자주 하지 않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인 사람이다
바쁜 발걸음으로 신호등 앞에 서니
길 건너에 검정 바닐 봉지 하나 들고
손을 흔들며 서서 나를 기다리는 모습이
어둠 발 속에서도 확연히 알아볼 수 있다
"오늘 방앗간에서 참기름 짜왔어요.
추석에 나물 무칠 때 드세요."
몇 마디 안부만 묻고서
그녀는 바람같이 사라진다
검정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참기름 한 병에 나는 울컥
받아 든 참기름 한 병이
귀한 보물 인양 나는 부자가 된다
선물 받은 참기름 맛은 무슨 맛일까
사랑이 담긴 참기름은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나는 오늘 참 기름 한 병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