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항 밤 부두 콩쿠르

군산 시간여행 축제 참가 하기

by 이숙자

10월이 오면 군산은 시간여행 축제를 한다. 우리 시 낭송회 '한시예'에서 '군산항 밤부두 콩쿠르'라는 시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주제는 바닷가 어판장 해망동에서 삶을 이어가는 고단한 아주머니들의 현실고충과 그들만의 즐거움을 찾는 이야기가 주제다. 밤 부두 콩쿠르라는 주제와 맞게 힘겨움 속에서 보여주는 유쾌한 흥이 함께 한다.


군산에는 해망동이란 지명을 가진 바닷가 마을이 있다.


슬프고 고단했던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6.25 전쟁이 끝난 후 이북에서 내려왔던 피난민은 전국으로 흩어져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그 속에 군산 해망동이란 산동네에 살면서 바다에 기대어 고기를 잡고 어업에 종사하면서 삶의 둥지를 이루고 살게 된 동네가 해망동 신흥동이었다. 예전에는 고기가 많이 잡혀 동네 개들도 돈을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네가 해망동이다.


<일본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으로 남아 있는 곳은 어느 날부터 무너져 내린다. 집은 외로움에 약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끓어지면 뭐라도 끌어안고 싶어 한다. 먼지와 습기를 빨아들이고 날아다니는 풀씨에게 안방까지 내줘 버린다. 서까래는 힘을 잃고 구들을 뚫고 올라온 싹은 순식간에 자란다. 빈집이 쓰러지는 이유는 고독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 한다.> 배지영의 도슨트 군산에서


일본의 잔재가 남아있던 군산이란 도시가 새롭게 태어났다. 허물어져 가던 집들을 보수하고 예전 모습을 복원해서 '군산 시간여행'이란 축제를 열기 시작했다. 날씨도 선선해지는 가을이 오면 군산을 찾은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군산은 다시 활기를 찾은 도시로 거듭났다. 우리는 그 아팠던 시간을 되돌려 보며 일제의 만행에 몸서리를 친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그 시대의 아픔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내가 속한 '한시예'시 낭송 모임에서는 시간 여행 축제 때 시 낭송도 하지만 시극도 참가한다. 시극이란 시에 담긴 내용을 연극하듯 짧은 극이다. 우리가 참가하는 주제는 '군산 항 밤 부두' 콩쿠르이라는 내용이다. 매일 눈만 뜨면 생선을 만지고 생선과 함께 살아가는 아주머니 들도 낭만이라는 것도 있고 흥이 있어 춤사위도 보여 준다. 12명이 모여 맹연습을 했다. 바쁘고 힘겹지만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시극 중 춤 추눈 장면과 생선을 어망에 널고 있는 아지매들


색다른 시극이기에 챙겨야 하는 소품이 적지 않다. 생선도 그림을 그려 만들고 고기를 건조하는 망이며 머리에 생선을 담아 이고 다니는 도구며 아주머니들의 힘겨운 일상이 그려진다. 일 바지도 시장에서 5천 원에 구입을 해서 모두 입었다. 머리에는 칼라 가발을 쓰고 선글라스까지, 고단한 일상을 내려놓고 흥겨운 음악에 맞추어 신명 나게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춘다.


그 사이 멀리 떠났던 거시기 아버지는 노란 샤쓰를 입고 머리에는 멋진 중절모를 쓰고 입에 빨간 장미 한 송이 물고서 아주머니들 앞에 나타난다. 생선을 만지던 아주머니들은 거시기 아버지에게 달려가 환호하는 함성 소리가 바닷가 마을을 감싼다. 여자들은 누구나 마음 안에 가지는 희망, 멋지고 아름다운 로맨스를 생에 한 번쯤은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은 꿈일 뿐.

우리가 매주 이용하는 군산 장미 공연장은 주말에는 사용을 못한다. 지난 토요일은 장항 예술원이라는 곳까지 가서 연습을 했다. 장항은 군산에서 바다 건너 충청도다. 우리는 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연습을 하고 있으려니 그 열정을 어쩌지 못하고 흥겨움에 신명을 푼다.


나이 든 중년의 아주머니 들은 날마다 살고 있는 일상 속에 그 처럼 웃고 춤을 추고 그런 날이 거의 없을 것이다. 장항의 가수 한분도 우리 회원으로 영입하고 시원스럽게 고음을 내는 가수의 참여로 더 흥겹고 신명이 난다. 하여간 웃음보가 멈추지를 않는다. 노래는 흥겨운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동백 대교에서 찍은 노을 사진

오늘 하루도 많이 웃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모름지기 삶이란 내가 연출을 하고 기쁘게 살 일이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내 삶은 내가 사는 것이다. 장항에서 저녁까지 먹고 장항 군산을 이어 주는 동백대교를 건너오는 데 서해 바다에 지는 노을이 참 아름답다. 그곳에는 우리 교과서에도 나왔던 장항 재련소 모습도 아스라이 보인다. 생이란 참 아름다운 그림이구나 혼자서 노을 보며 감탄을 한다.


누가 인생을 60부터라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나이 80인 나는 지금, 인생은 80부터라 말하고 싶다. 나의 모든 책임이 끝난 지금, 나는 자유롭다. 나이와 전혀 무관하게 내 삶을 디자인하며 날마다 축제처럼 살고 있다. 인생은 80부터라고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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