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소설가 채만식 문학관에서 문인 협회 주관으로 낭송 대회가 있었다. 상금도 상품도 없는 작은 대회였다. 그래서인지 프로에 가까운 낭송가 들은 한분도 신청하지 않았다. 시 낭송 대회는 상금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많이 모여든다. 금전이란 참 묘하다. 사람과의 갈등도 금전으로부터 시작이다.
나는 아직은 노련한 시 낭송가는 아니어서 쉽게 생각하고 신청을 했다. 지금 시 낭송 수업 수강하고 있는 선생님이 경험 삼아 한번 나가 보라는 권유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 꼭 상을 타야겠다는 마음에서 보다는 공부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은 한번 출전하면 상을 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진다.
선생님이 권해 준 시는 나는 오래전 다 외어 이미 익숙한 시였고 잘할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다. 다행히 나는 무대에 올라가면 떨리질 않는다. 아마 차를 하면서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그것이 다행인지 아니면 긴장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심사 보는 다섯 분 가운데 세분은 나와 가까운 친밀한 선생님 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편했지만 선생님들은 신경이 쓰였을지 모른다. 우리 선생님은 늘 하시는 말씀, 안다고 잘 봐주는 건 제일 싫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디를 가나 편파 심사는 흔히 있는 일이다.
작은 대회라서 그런지 신청한 사람도 많지 않았고 어린이들도 적당한 숫자였다. 순서는 심지를 뽑기를 정해서 나는 맨 처음 일 번을 뽑았다. 처음이라서 부담이 되지만 나는 그냥 무대에 올라가 하던 데로 낭송을 잘하고 내려왔다. 시 낭송이란 시인이 써 놓은 시어들에 생명력을 입히는 예술행위다. 고저장단과 쉼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하도록 낭송을 해야 한다.
열 분이 넘는 분들의 낭송이 끝났다. 내가 들어 보니 아직 새로 시작한 수강생들이 대부분이었고 잘한다는 고 느낀 분은 한분이었다. 나하고 같은 소속된 회원이었다. 시는 책을 읽듯 감정이 들어가지 않고 낭독하듯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여러 가지 기법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걸 나는 수업을 받으며 들어왔다. 나름 나는 공부했던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다.
어린이 들까지 모두 끝나고 시상식이 있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잘하신 분이 대상을 받았다. 나는 그 부문은 인정을 했다. 그러나 이름을 부를수록 내 이름이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 그리고 나중에야 불렀다. 아니 이럴 수가,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컸다.
나는 표현을 하지 말아야 했는데 마음이 상해 어찌할 줄을 몰랐다. 나와 함께 갔던 우리 선생님은 내 옆으로 와서 나를 위로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고 마음이 상해 안절부절못했다. 이럴 수도 있구나.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행사장을 벗어나 빨리 집으로 오고 싶었다. 다행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선생님 부인도 참가를 해서 같이 가자고 부탁을 하고 있는데 우리 선생님이 나오시어 같이 가지고 하신다.
갈 때도 같이 같는데 너무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여러 이야기로 나를 위로하신다. 그렇지만 금방 마음이 정리가 안된다. 나는 고맙다는 말만 하고서 그냥 묵언하고 싶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부끄럽고 민망했다. 이게 뭐라고 내가 이토록 마음이 상할까, 여러 가지 곰곰이 생각한다. 세상에는 당연 한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왜 담담하지 못할까? 차라리 큰 대회였으면 나는 당연히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사람도 작은 대회의 결과에 더 마음이 상했던 것 같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진리를 알아야 한다.
사람의 생각은 제 각각이다. 심사위원들의 생각도 그랬을 것이다. 오히려 심사에 참석했던 아는 선생님들이 나를 보고 미안해하시니 내가 더 부끄럽고 마음이 아펐다. 신은 견딜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 이건 고통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숨 한번 쉬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계기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직도 수련이 덜 된 내 마음의 상태를 천천히 살펴본다. 사람에게 살아가는 일은 의미 없는 일은 없다. 오늘의 아픔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다짐한다. 삶에서 순간의 시련을 주는 것도 다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요즈음 아무 걱정이 없는 나에게 작은 선물이라고 믿어보려 한다.
어젯밤, 오늘 한나절, 아무 의욕이 없었다. 마음을 쉬고 나서야 글을 몇 자 써본다.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는 말을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빛의 고통을 아름다움이라고도 한다. 작은 일이지만 잠시 겸손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깨부수어 버리라고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나를 다독여 본다. 패배는 빨리 승복해야 아름답다. 나는 다시 한번 새롭게 마음을 추스르고 내가 원하는 삶을 묵묵히 살아갈 것이다. 나는 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