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 시집의 제목이다
시집 제목을 보는 순간, 그래 그 말이 맞아 꽃도 서성거릴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얼마나 여유 있고 상대를 위한 배려의 말인가, 시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몇 개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어젯밤 아파트 건너 예스트 서점에서 '안준철 시인'의 강의가 있었다. 시인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분이다.
그렇지만 유명하지 않다는 것과는 무관하게 시집 속에서 마음에 와닿는 시어들이 있으면 나는 그런 시인을 좋아한다. 그저 삶에서 느끼는 문장들이 울컥울컥 하게 하는 시어들, 한 줌의 눈물도 거침없이 흐르게 하는 시를 만나면 가슴 안에 담아 놓고 혼자서 음미하며 행복하다. 내가 못한 말을 대신해 주는 것만 같다.
가슴 따뜻한 시의 세계를 엿보고 싶다.
다른 날 강의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시인의 강의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참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한시예' 선생님들이 무려 여덟 분이나 모였다. 참 시에 대한 열정이 참 많은 분들이다. 서점은 공간이 작아 다른 분 강의에도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다. 작아서 더 오붓하고 소통이 더 잘되고는 공간이다.
안준철 시인은 해맑은 미소로 수줍은 듯 인사를 한다. 첫인상은 사람이 퍽 따뜻해 보인다. 무슨 말을 할까 기다리고 있는데 노래를 한 소절 부르고 시작하겠다는 말씀에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반주도 없이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퍽이나 어색할 텐데 노래를 부르신다. 오! 깜짝 놀랐다. 맑고 따뜻한 음성이다.
시인은 교직생활을 하시면서 제자들에게 구백 편을 넘게 써 준 생일시를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만으로>를 첫 출간을 하고 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셨다 한다. 시집 여섯 권과 산문집 네 권을 내셨다. 지금은 정년을 하시고 전주에서 산책을 하시며 글을 쓰시며 산다고 본인 소개를 하신 다음 연꽃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한다.
날마다 자전거를 타고 덕진 연못 연꽃의 모습을 날마다 바라보시며 시 한편씩을 쓰신 그 애정과 끈기에 놀랍다. 시는 간결하고 읽기에 편하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가 시인님의 강의를 들으니 쉽게 다가와 나도 시를 쓸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내가 막상 쓰려면 쉽지 않은 것이 시다. 시인의 감성을 따로 있는 건 아닐까? 가끔 생각을 한다. 특히 은유법이 어렵다.
육 년, 작지 않은 세월이다. 초여름 연꽃의 봉오리가 나올 때부터 꽃이 다 떨어지고 연밥만 매달린 초겨울까지 매일 연꽃을 만나러 다니고 그중에 75편을 골라 시집을 냈다는 시인은 연꽃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 많은 시간을 연꽃을 보면서 지나왔을까? 놀랍고 매우 특별한 일이다.
한 사람의 감성이 그 숱한 세월 연꽃에게 마음을 주고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서 시를 써왔는지 정말 신기하기까지 하다. 시인이란 마음밭이 다른 사람일까? 시를 읽으며 나도 시인의 감성을 닮고 싶다.
꽃도 서성거릴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덕진 연못 까지는
자전거로 십오 분 거리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연꽃은 눈 세수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신호등 한 번도 안 걸린 날은
연못 입구에서 조금 서성이다 간다
연밭을 둘러보니 어제 꽃 봉오리 그대로다
아,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꽃도 서성거릴 시간이 필요한 것을
시인의 생각이 얼마나 여유롭고 여백이 있는지 내 생각대로
가늠해 본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다양하다.
세상 속에서 자기 의무를 다 마친 초로의 시인은
자연을 사랑하고 관조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연분홍 꽃신 다소곳이 벗어 놓고 떠난 사람아
떨어진 연꽃잎 두쪽이 신발이 되어 찍은 사진. 생각이 기발하다. 아마도 연꽃이 지고난 아쉬움을
꽃 잎두장으로 신발을 대신해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그냥 떨어진 연꽃잎 두장, 그 꽃잎조차 색다르다.
쉼
꽃들과 연애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지
잠깐 앉아 쉬고 있을 때
연잎 살랑살랑 건들고 가는 바람같이
슬렁슬렁 나를 찾아오는 것들
고요다 평화다
적막이다
시인은 연꽃을 통해 고요와 평화를 얻는다.
그래서 연애보다 더 쉼이 황홀하다 할까로
끝을 맺는다.
가을이 오면 더 마음이 스산해진다.
이 스산한 날들 시로 마음을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