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끝, 모두 떠난 자리

by 이숙자

명절 연휴 끝날, 노 부부만 살던 집에는

차례대로 딸들 가족이 찾아와 머물다 떠나고

오늘 막내딸 마저 떠난 자리에 누워 있으려니

괜스레 마음 한편이 싸아하고 쓸쓸하다.


원래 그렇게 두 사람만 살아오지 않았던가

새삼스레 그리움 한 자락 붙들고 놓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회색 빛 하늘에

가을비는 흩뿌리고 마음 또한 어둠에 갇힌다.


예전에는 내 품 안 내 집에서 살던 자식들

이제 모두가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나도 그렇게 우리 부모 곁을 떠나와

가정을 이루고 살았는데, 부모 마음 잊고 살았다.


명절이 오기 전 둘째 딸은 찾아와 이박 삼일 자고

떠났고 둘째가 떠난 빈 공간은 또다시

"할머니" 부르며 달려온 손자들과

세쨋딸과 사위가 와서 채워 주었다.


딸들은 친정에 오면 먼저 어디를 갈까?

무엇을 먹을까? 온통 그 생각부터 한다.

아마도 훗날 추억하기 위해 그리움의

덮게를 씌워 묻어 두기 위해서다.


머문다는 것 또한 떠난 뒤에 남겨둔 아픔인 줄 알았다.

며칠 소란했고 시끌 시끌했다. 멀리 서울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차례로 찾아와 엄마 아빠

온기를 품고 연어처럼 새끼들을 품고 떠난다.


사람은 홀로 견딘 삶을 서러워 말라한다

가슴속에 담아둔 그리움, 고독은 내 몫으로 알고

빈 주머니면 어떠리 추석날 둥근달에게

소원을 빌었으니 올 추석을 그만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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