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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1. 2023
한마당 잔치
잔치 집에 가서 봉사 한 날
얼마 전 하루 있었던 일이다.
오전 열 시, '한시예'시 낭송 모임 회장님 차에 몇 분이 타고 동백 대교를 건너가고 있었다. 동백대교는 군산 앞바다를 가로질러 충청도인 장항 서천과 바로 연결되는 다리다. 예전에는 똑딱선 배를 타고 강을 건너 충청도를 오고 가고 다니던 길을 지금은 다리가 놓여 이 처럼 편하게 다리 위를 차로 건너 다닌다. 참 좋은 세상을 살고 있다.
시낭송 회원 중에 서천에서 음식점을 하시는 회원이 한분 있다. 그분은 매년 동네 주민을 위한 한마당 잔치를 열어왔다고 한다. 잔치 날, 우리 시 낭송 회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음식 나눔을 하려면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 나는 나이 들면서 어디에 가서 봉사한다고 나 선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봉사하는 일도 혼자서는 어렵지만 여럿이 하면 재미있다.
오랜만에 나도 이번 기회에 봉사하는 일에 동참했다.
나이 들었다고 내 일만 하고 사는 일은 삭막하고 재미없다. 젊어서는 봉사활동도 많이 했지만 나이 들면서 그 대열에서 나는 뒤로 물러났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지 못하는 사회적 동물이라서 서로 도움을 주고 나눔을 할 때 그 일이 메아리가 되어 다시 내게 돌아온다. 사람 사는 세상이치가 그렇다. 나누고
살 수 있음은 축복이다.
수 없이 많은 인생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나 아닌 남에게 조그마한 마음이라도 나눔을 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도움을 받기보다는 주는 삶이 행복하다는 걸 늘 느끼고 산다. 차를 타고 가는 중에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풍경도 멋과 운치를 더해 준다.
곧 도착한 식당 앞마당에는 벌써 천막이 쳐있고 음식 준비도 다 해 놓았다. 날씨마저 청명하고 가을 햇살 또한 좋다.
우리는 앞치마와 조끼를 입고 7명이 음식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만들어 놓은 음식을 세팅하는 일은 쉬운 일이다. 살림을 얼마나 많이 한 고수들인가? 오래지 않아 음식상은 차려지고 12시 가 거의 되어 가는 시간, 손님들은 한분 두 분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들 손길도 바빠진다.
음식 메뉴는 돼지고기 수육, 홍어무침, 갈비탕, 야채샐러드 과일들 음식들이 맛깔나게 준비돼 있었다.
가을 김치라서 그런지 깍두기 배추김치도 맛있었다. 음식은 정성이다. 정말 정성을 다해 준비한 사람 마음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일은 코로나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평범한 일상이 이처럼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모든 일이 감사하다.
우리 봉사하는 회원들은 안내도 하고 드시는 음식이 모자랄까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채워 주고 이런 것이 잔치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음악과 밴드도 준비되어 귀도 즐겁게 해 준다. 유명하지는 않아도 주변 가수도 와서 노래로 봉사를 하며 흥을 돋운다. 시골 어른이신 어떤 할머니는 기분이 좋으신지, 만 원짜리 지폐를 세분 가수들 앞가슴 옷깃에 꽂아주는 넉넉한 모습에 놀랐다. 멋지다.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음악에 취하고 정에 취한다. 집주인도 가수다. 어느 사이
가수가 입는 드레스를 입고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잔치가 흥겨움의 막바지다. 음식과 정을 베풀고 사는 사장님의 정이 따뜻하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주변의 은혜를 입고 산다.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할 듯하다.
부자는 돈이 많아서가 부자가 아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걸 베풀고 정을 나누고 사는 사람이 부자라 말하고 싶다. 큰 식당도 아니고 여자 혼자서 운영하는 소박한 식당이다. 다른 사람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몇 날 며칠을 신경 쓰고 준비해야 하는 일이다. 개인인 그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은 역시 나눔을 할 때 행복한 일이다.
잔치가 끝나고 우리 회원들은 식당 길 건너 황토집이 있어 구경을 하는데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백일홍 꽃이 얼마나 예쁜지, 우리를 환하게 반겨 주는 것 같아 우리는 마치 여행온 사람처럼 사진도 찍고 기쁨을 나눈다.
오늘 수고의 선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누구의 손길이 가지 않은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꽃옆에 헐어진 돌담도 운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