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가 되어가는 시간,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음식 배달이 왔다. 누가? 그러면서 받아 식탁으로 가져가는데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셋째 딸 전화였다. "엄마 매번 밥 차리기 힘드시니까 삼계탕 배달 했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을 한다. 무엇이든지 먼저 물어보면 남편은 반대를 하시니 그냥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시킨 것 같다.
사람은 매번 하루 새끼를 먹어야 한다. 정말 두 끼만 먹으면 안 될까? 나는 누구에게 묻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날씨가 조금만 추워지기 시작하면 외출하기 싫어하신다. 집안에서 거의 지내시는 편이다. 딸이 보내준 음식으로 점심을 편하게 먹었다. 나이 든 노인들을 딱딱한 음식보다는 부드러운 음식이 먹기가 편하다.
지금도 내 마음은 노인 이란 말을 하면 남의 이름처럼 낯설다. 하지만 생채 나이는 어길 수 없는 노인세대다. 먹는 것도 소식을 해야 속이 편하다. 바쁘지 않게 집안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도 괜찮다. 이제 쫓기듯 바쁜 건 싫다. 좀더 느긋하게 여유로운 시간이 좋아진다. 말도 줄이고 싶다.
조금 후 현관 벨 소리가 또 났다. 남편이 문을 열어 보고서 깜짝 놀라면서 커다란 박스를 들고 오셨다. 박스를 뜯어보니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홍삼즙이었다. 이건 둘째 딸이 보낸 선물이다. 며칠 전부터 연말 선물 무얼 드릴까 묻길래 홍삼즙 보내라고 말했더니 잊지 않고 보내왔다. 나이 들어가면서 가장 염려되는 것이 건강이라서 건강식품을 챙겨 먹어야 한다. 얼마를 살려고 그러는지 나도 참 웃습다.
딸들을 우리 부부에게 연말 정산이라도 하듯 선물을 보내고 현금도 보너스라고 남편 통장에 넣어 주었다. 얼마나 수고하고 번 돈이라는 걸 알기에 그 말을 듣고 마음이 찡해 온다. 생각하면 고맙고 감사하다. 둘째는 오래전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남편 따라 외국에 다녀 온후 뜻에 맞는 몇 사람 후배들과 창업을 시작해서 운영해오고 있다.
초창기에는 많이 힘들어했다. 어느 사업이건 쉬운 일은 하나 없다. 사람 때문에 힘들고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도 그렁 저렁 몇 년째 운영을 해 오고 있다. 생각하면 기특하고 감사할 뿐이다. 맏이인 큰 딸이 멀리 있으니 둘째 딸이 맏이 역할을 해 주어 우리 부부에게는 언제나 힘이 되어 주고 동생들 까지도 잘 챙긴다.
딸들은 결혼하고 지금까지 큰 액수는 아니지만 매달 용돈을 보내오고 있다. 며칠 전 둘째 딸이 남편에게 새해부터는 용돈을 얼마간 따로 챙겨 준다는 말을 했다고 하면서 남편은 얼굴빛이 상기되며 좋아하신다. 이미 둘째 딸은 나에게 용돈을 주고 있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또 아빠에게 용돈을 따로 준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놀라서 가슴이 울렁울렁해 온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남편에게 용돈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딸이 아빠를 애정하는 마음과 그만큼 회사 사정이 좋아졌나 싶어 그 점이 반가웠다. 우리도 자식 키우며 살림해 보았지만 부모를 매월 챙기며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부부는 다행히 자녀들 도움 없이도 생활을 할 수 있지만 자식이 부모에게 챙겨 주는 용돈은 받는다. 돈이란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데 아주 필요하다. 그러나 사람 사는 일은 언제 무슨 일이 생겨 힘들 수도 있어 늘 신경을 써야 하는 게 경제 적인 문제다. 행여 라도 자식들에게 정말 긴급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수혈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