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만상 속의 당신

시 낭송 모임 송년회

by 이숙자

우리 동네 전북은행은 얼마 전 새롭게 단장을 하고 JB 문화 공간이란 이름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일층은 카페 이층은 빈 공간으로 많은 작가들 강연도 하고 때론 음학회도 할 수 있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여러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전북은행에서 시민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그 공간을 무료로 내어 주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일층 카페 행사 전 젬배 공연

지난 화요일 '한국 시 낭송 문화 군산 예술원' 송년회를 했다. 회원들의 일 년 행사 영상을 보고 추억하며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다. 회원 30명이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외워서 무대에 올라 낭송을 했다. 시를 외운다는 것은 항상 부담이 되지만 나름 또 재미도 있다. 시를 외울 때면 그 시어들이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와 몰입할 수 있어 나는 시와 한 몸이 된다.


시는 꽃이요 시 낭송은 시의 향기를 만인에게 전달하는 예술이다. 우울한 사람은 어제에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살고 평안한 사람은 오늘에 산다고 한다.

시를 외우고 낭송을 하는 것은 내 안에 고여 있던 그리움과 열정을 풀어내는 일이다. 시를 낭송하고 몰랐던 삶의 지혜도 알게 된다. <삶은 동사가 아니라 감탄사로 살아야 한다는 것, 인생이라는 나무에는 슬픔도 한 송이 꽃이라는 것, 인생이란 결국 배움이라는 것을 > 양광모 시 나는 배웠다 중에서


무대는 항상 수고해 주시는 우리 의 꽃 천사 박 선생님께서 화려한 장식으로 꾸며 주셨다. 일 년 동안 함께 했던 여러 행사를 화면 가득 담아낸 우리들의 땀과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화면에 비춰 주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 도전했기에 우리들의 추억이 되어 기쁨을 선사하다.


모두가 자기만의 좋아하는 시를 낭송하고 기쁨을 공유한다. 특히 의미 있는 시 12월의 기도는 더 마음 안에 절절히 다가온다. 나의 12월을 잘 다듬어 봐야 할 것 같다. 12월은 한해의 모든 일을 마감하는 달, 인생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는 일이라 시인은 말한다.



나는 박경리 시인의 " 우주 만상 속의 당신" 이란 시를 낭송했다.


우주 만상 속의 당신 - 박경리


내 영혼이

의지할 곳 없어 항간을 떠돌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산간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뱀처럼 배를 깔고 갈밭을 헤맬 때

당신께서는

산마루 헐벗은 바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영혼이

생사를 넘나드는 미친바람 속을

질주하며 울부짖었을 때

당신께서는 여전히

풀숲 들꽃 옆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진작에 내가 갔어야 했습니다

당신 곁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찔레덩굴을 해치고

피 흐르는 맨발로라도


백발이 되어

이제 겨우 겨우 당도하니

당신은 아니 먼 곳에 계십니다

절절히 당신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한 발은 사파에 묻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이겠습니까


올 한 해도 참 바쁘게 살아왔다. 모든 회원들이, 모두가 직장일로 가정의 일로 쫓겨왔지만, 수많은 결실을 거두었고 한 해를 마무리한다. 12월 봄을 기다리기보다는 겨울을 힘껏 이겨 내려 애쓰야 한다는 말을 새기면서 오늘 행사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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