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영화
'한시예' 회원들과 영화를 본 느낌
며칠 만의 외출이다. 눈이 오고 난 후, '한시예' 시 낭송 회원들 몇 명이 어제 '서울의 봄'이란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 5천만을 넘었다 하니 그 인기가 대단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하고 며칠 뒤에 군사반란이 일어난 12.12 사태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영화다.
영화가 상영되는 순간 웅장한 소리와 군인들의 전투장면은 긴장감에 가슴이 터지는 듯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 서울의 봄 영화는 정확히 12.12사태 군사 반란이었다.
한 사람의 욕망이 이 나라 역사를 바꾸어 놓았고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양심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역사라고 말한다. 한민족의 역사는 수없이 많이 침략을 당하고 아픔을 견디어 온 민족이다. 그러나 나라를 지켜야 하는 한편인 우리 군인끼리 생사를 가름하는 싸움을 보면서 너무 많이 아펐다. 힘겨웠다.
영화를 보면서 힘든 마음에 혼자라면 극장을 뛰어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째 이런 일이, 우리는 정의의 편이 되어 환호와 박수를 치기도 하고 어느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파 흐느끼면서 영화를 보았다. 그동안 막연히 알고 만 있었던 지난 아픈 일들, 영화를 보고서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국민들 안전에는 안중에도 없었던 무리들. 오로지 개인들의 자존심과 욕망 많이 가득했던 사람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나라 이 땅에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지금 까지 일어난 지난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고 살아온 날들이 너무 어이없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희생된 우리 아까운 군인들, 부모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가슴이 아프다. 말해서 무엇하랴. 가슴 안에 한을 품고 사는 것 같지 않게 살다가 생을 마감한 그분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누군가는 자식일로 괴로워 술로 세월을 보내다 세상을 떴다는 소식도 전한다.
정의의 편에 서서 군인다운 역할을 한 군인들도 대단하다. 생사를 가름하는 그 길에서도 정의와 의리를 지키다가 희생된 사람들 생각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그때 그 시절이야기는 막연히 알고 있을 뿐 진실을 다 알지 못했다. 진실은 언제나 뒤늦게 알게 된다.
사람은 어느 순간은 가장 약한 것이 인간이다. 그 치열한 생사를 가늠하는 긴박한 순간에도 내가 어느 자리에 서야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삶의 방식을 택하기도 하고 정의란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조차 없는 인간 군상들을 경멸한다. 나이 든 내 한 사람이 이리 흥분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나는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한마디 라도 말하지 않으면 죽은 사람이 나 다름없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쓴다. 누가 뭐라 한들 무슨 상관이랴. 영화가 끝났지만 우리는 빨리 일어나지를 못하고 말없이 앉아서 먹먹한 마음을 달래고 난 후 일어났다.
나는 지금까지 이 땅에서 아직도 살아있으니 지난 역사를 바로 알고 공분이라도 느껴야 할 것 같아서다. 악의 무리들은 거의 세상을 하직했지만 그들이 누렸던 부귀와 욕망은 한때의 부끄러운 치부로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그 반란의 주인공은 우리나라 어디에도 묻힐 땅 한평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하니 세상사 참 새옹지마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과연 그들이 누렸던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만족한 삶이었을까? 묻고 싶다. 가난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고 옳은 일에 몸 담고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따뜻한 환송을 받고 생을 마감하는 일이 훨씬 값진 인생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는 때가 되면 모두가 생과 이별을 한다.
아무리 범인이지만 내가 살아온 발자취는 어떻게 남길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서울의 봄'이란 영화를 보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 다시금 내 삶의 가치를 곰곰이 새겨 보려 한다. 너무 거창한 목표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