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과의 송년회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가 엊그제 같았는데 일 년이 화살촉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세월을 무슨 수로 막을 수가 있을 건가, 그저 흐르는 물처럼 세월에 맡기고 살아야 하는 거라 알고 있다. 우리 삶의 길이는 생명을 주관하는 신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며칠 남지 않은 달력 속의 숫자에 마음이 바빠온다. 매년 연말이 오면 주변 가까운 지인들에게 안부전화를 전해 왔다. 매일 안부를 묻고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분들의 사랑과 응원이 나를 살게 해주는 힘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부 전화 할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 평소와 달리 연말이 오면 생각이 많아진다.
둘째 딸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엄마 제가 집에 내려가 맛있는 걸 사드려야 하는데 몸이 피곤해서 지금은 좀 쉬고 싶어요."
"내가 식당 예약하고 결제할 테니 맛있는 것 드세요." 둘째 딸은 연말이면 바쁘다. 학회일을 하는 조그마한 회사 오너라서 다른 딸 보다 여유가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해 주고 싶다 할 때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내가 줄 지라도. 돈이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나누어 쓸 때 의미가 있고 행복을 느낀다.
딸 말을 듣고 음식점 이름을 말해 주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먹는 것에 호사를 좀 하고 싶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는 호텔 내 일식집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만 먹을 일이 아니다. 곁에 가장 가까운 사람 여동생과 큰집 시숙님과 전주에 살고 있는 시 동생 부부를 불렀다.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는 함께 모였다. "엄마 하고 싶은데로 하세요." 딸이 내 생각과 같이 호응해 주니 고맙다. 호텔 식당이라서 약간 부담도 될 텐데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을 해 준다.
돈이란 꼭 쓰고 싶을 때 써야 빛이 나고 가치가 있다. 가장 가까운 부모 자식 형제자매도 나누고 살아야 마음이 가깝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관계 속에 살아간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나눔을 하고 화목할 때 세상이 헛헛하지 세상 살 맛이 난다. 남편 형제들은 정이 깊은 사람들이다. 매년 형제 부부가 모여 밥을 먹고 송년회처럼 한해를 마감해 왔다. 그러나 큰댁 형님이 아프셔 요양원 가신 후 밥 먹는 송년회를 멈추었다.
하루, 아니 일 년이 금방 지나간다. 다시 못하는 올 한 해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밥 한 끼는 사랑이다. 서로 사랑을 나누고 그 마음으로 또 한 해를 살아갈 것이다. 어느 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의 관계,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 수도 줄어든다.
둘째 딸 덕분에 가까운 형제끼리 밥 한 끼 나누고 한해를 마감할 수 있어 따뜻하고 고맙고 마음 또한 흐뭇하다. 나이 들어 자칫 쓸쓸했을 연말을 감사하게 잘 보냈다.
산다는 것은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라는 시를 음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