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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12. 2020

전화 한 통에 마음이 산란하다

전화 한 통을 받고 마음이 흔들릴 때

요즈음은 코로나로 인해 사람 만나는 일도 거의 줄고 사람들은 각기 저마다 자기 일로 바쁘게 살아간다.  또한 남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  나 역시 바쁜 나날로 주변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코로나는 사람들 관계를 소원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히지 않고 마음이 한가로워 좋은 부분도 있다.


어제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고 있는데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전화 창에 뜬 이름을 보니 아는 사람 이름이다.


 " 여보세요?"  저 00 인 데요. 회장님 잘 계셨어요? 하고서 인사하는 목소리가 밝다.   

" 웬일이야. 의원님. 나는 버벅거리며 의원님 소리로 답을 했다. 처음 불러보는 호칭이라서  어색하다. 예전에 숙하게 불렀던 이름이 아니라서 딴 사람인 듯 낯설다. 그는 나와 오랫동안 차 생활을 한 후배이다. 시의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지만 일단 의원이 됐으니 호칭은 불러 줘야 예의상 맞을 것 같아 의원님이라고  불렀다. 되돌아오는 답이 씩씩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아마 내게는 처음 들어보는 호칭일 것이다.


" 예, 오늘 시니어 관장님과 점심식사를 하는데 회장님 책이 나왔다고 한 권 선물 받아서 축하하려고요. 우리가 같이 지내왔던 추억도 생각하고 책을 읽겠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시니어 관장님과는 막역하고 가까운 사이예요. 오늘 다른 회장님도 책 선물을 해 주시고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사람? 이름을 호명하 사람도 나와 같이 지내던 사람들이다.  지금 자기는  예전의 자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내가 시니어에 일을 한다고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좀 그렇다.  어느 순간 그들과 나는  다른 방향의 삶을 걷고 있는 듯 생경하다. 


" 응, 딸 친구가 소개해서 시니어에 나가 그림도 그리고 글씨 연습도 하고 무료하지 않고 괜찮아."

" 그럼요 많은 사람들이 노인 일자리 일 하려고 부탁을 합니다. 여태껏 세금 내신 것 용돈 돌려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고 말하는 의미를 설명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내가 꼭 전화를 끓고 마음이 묘해지는 것은  무 때문 일까? 잠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왜 일까?


모든 걸 내려놓고 초연하게 살자해도 때론 보통사람 마음으로 돌아가  나도 어쩔 수 없는 속 좁은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러면 어쩌랴 하면서 마음을 다독여 보지만 그냥 편안하지 않다. 아직도 내 안에 내려놓지 못하는 무엇이  있었나 보다. 별일이 아닌데  말이다. 내가 사는 상황이 어려워 하는 일도 아닌데... 마음이 복잡해진다. 인생의 속도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기를 담담히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때론 나도 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


젊은 날 나는 밖에서 참 활발하게 살아왔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사람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내 나이 60이 된 어느 날 생각했다. 사람은 때가 되면 숨을 줄도 알아야 한다. 많은 사람과의 만남이 불편했다. 모든 활동을 접고 조용히 취미생활만 해 왔었다. 더욱이 차 생활은 마음을 쉬고 한가롭게 살 수 있는 시간들이 나는 좋았다. 번거롭고 복잡한 삶이 싫었다.


나는 전화를 받은 저녁 내내 명상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독여 본다. 삶이란 어느 순간은  길이 다른 세상으로 뛰어넘어 살아야 할 때가 온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까웠던 인연도 가는 길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면 관심을 끈어야 할 때는 과감히 고 내 안의 공간에서 나 답게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 삶이 흔들릴 필요가 없다.


내가 법정스님 에세이 집을 읽었을 때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스님은 쌍계사에 계실 때 아주 가까이 지내시던 도반 스님이 계셨다. 어려울 때 도움도 받으시고 가까이 지냈던 귀한 인연. 그러나 각자 헤어져  사는 곳이  다를 때,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 친구 스님을 보게 되었다. 


법정스님은 차를 타고 가시며  보았지만 망설이다 그냥 지나쳤다고 하신다. 왜냐면 서로 세속적인 사는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삶의 맑음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그렇다. 사람 사는 게  때로는 번거로운 말보다는 침묵이 더 귀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맑음이다. 나는 그 맑음이 좋다.  나이가 들어가며 내 삶에 집중하며 침묵하며  맑은 삶을 살고자 한다. 


오늘 전화 한 통이 내 마음을 잠시 흔들어 놓다. 그들은 그들  삶일 뿐이고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는 지금이 중요하다. 나는 내 안에서 나 답게 살기 위한 삶 속으로 침잠한다. 더 넓은 세상 속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게 문제다. 해야 할  일이 있어  늘 나를 기다리는 것은 축복이다. 밖에서 거창하게 보이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다.  내 안에서 들리는 내면의 소리  소중해지는 지금이다.


뜬금없는 전화 한 통에 마음이 흔들리고 파문을 일으킨 몇 시간이었다. 나이가 들면  몸이 닮듯 마음도 닮아야 한다. 다 때가 있는 것이다. 나 고요 속에 머물게 하는 음악과 명상으로 마음을 잠재운다. 괞찮다. 괞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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