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어느덧 며칠이 훅 지나갔다. 추운 겨울이라서 집안에 머물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참 편안하다. 지난해까지 학교 도서관 일을 마치고 지금은 어디에도 메이지 않고 자유롭다. 그러면서 어라! 내가 이리 편 해도 되나? 하고서 나에게 물어보게 된다.
나이 듦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젊어서는 주변 어른에 의해 내 의지대로 살 수 없었던 일이 많았지만 나이 들고 시대가 변한 만큼 지금은 아니다. 예전에는 시댁 어르신이나 시누님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일이다. 어떻게 그 세월을 견디고 살아왔는지.
나는 4년 동안 시니어 일을 해 왔고 바쁘게 열심히 살아왔다. 좀 쉬고 싶었다.
며칠 전 둘째 딸과 통화를 했다.
"엄마가 일없이 집에만 있으려니 왜 그리 허전한지 모르겠다."
라고 했더니 딸이 하는 말 "엄마 그동안 충분히 할 일
하셨고 고생하셨어요, 나이 80이 넘으셨어요. 이젠 쉬 셔도 돼요."
그 말에 다소 위로가 되기는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노인으로 머물기는 싫다.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열정의 빈자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양광모 시인의 시가 생각난다. 사람 마음은 이상해서 '여름이면 흰 눈이 그립고 겨울이면 푸른 바다가 그립다. 헤여지면 만나고 싶어 그립고, 만나면 혼자 있고 싶어 그립다.' 이 처럼 상반 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 알 수 없는 게 사람마음이다. 정말 이게 무슨 조화 속인지...
일이 바쁠 때는 좀 한가하게 쉬고 싶었다. 그러나 한가해진 지금은 또 지난 시간이 아쉽다. 날마다 남편과 시간을 함께 해서 여유로워 좋긴 하다. 산다는 것은 반복의 연속이다. 그 뻔한 일상 속에서 나의 삶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상당한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집에서 쉰다고 그냥 쉬지는 않는다. 남편 밥 새끼 챙기고 살림을 해야 하고, 글도 쓰고 일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인다. 새해가 되고 나서부터는 지금까지 하루에 꼭 만보 걷기를 하고 있다. 외출은 추워서도 그렇고 가끔씩 찾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 놓는다.
매일 운동은 필수다. 집안에서 숙제를 하듯 만보를 걷는 것도 상당한 의지력을 가져야 하는 일이다.
노인이 되면 가장 소망하는 삶의 목표는 어쩌면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잠자듯 세상과 이별하는 일일 것이다. 어느 지인 시인님이 보내 주신 '생의 목표'라는 이해인 시를 읽으며 정말 공감이 갔다. 그래 맞다. 건강한 모습으로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고 있다는 것. 얼마나 축복인가. 내 삶의 자리에서 너무 큰걸 바라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이 나의 생 중에서 가장 기쁜 날 행복한 날이다.
♡생(生)의 목표(目標) -이해인-
인생(人生)의
7할(割)을 넘게 걸어왔고
앞으로의 삶이
3할도 채 안 남은 지금ᆢ
내 남은
생(生)의 목표(目標)가 있다면
그것은 건강(健康)한
노인(老人)이 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늘어나는
검버섯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옷을 깔끔하게 입고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내 손으로
검약(儉約)한 밥상을 차려 먹겠다.
눈은 어두워져 잘 안보이겠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협(偏狹)한 삶을 살지는 않겠다.
약(弱)해진 청력(聽力)으로
잘 듣진 못하겠지만
항상(恒常) 귀를 열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
성한 이가 없어 잘 씹지 못하겠지만,
꼭 필요(必要)한 때만 입을 열며
상처(傷處) 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겠다.
다리가 아파 잘 못 걸어도
느린 걸음으로
많은 곳을 여행(旅行)하며
여행지(旅行地)에서 만난
좋은 것들과
좋은 사람들에게
배운 것을 실천(實踐)하는
여유(餘裕) 있는 삶을 살아가겠다.
어린 시절(時節)부터 줄곧 들어온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質問)에
이제 '건강(健康)한
노인(老人)'이라고 답한다.
나이가 들면
건강(健康)한 사람이
가장 부자(富者) 요.
건강(健康)한 사람이
가장 행복(幸福)한 사람이요.
건강(健康)한 사람이
가장 성공(成功)한 사람이며,
건강(健康)한 사람이
가장 잘 살아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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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매일 시를 읽으며 삶의 목표로 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