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되어 날아가듯

늙고 병들면 다 사라지는 우리 들 모습

by 이숙자

요양 보호사 실습 이틀째다. 첫날은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궁금하기도 하고 살짝 긴장도 됐다. B조 열다섯 명 실습 나간 곳은 종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었다. 요양원이란 말만 들어도 나는 마음이 아려온다. 몇 년 전 친정어머니가 요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 8시 30분 남편차로 간신히 더듬더듬 찾아 지각은 하지 않고 요양원 입구에서 같은 조 회원들과 만나사무실로 올라갔다. 개원한 지 2년 반이 되었다고 건물은 깨끗했다. 봉사자 쉼터라는 곳에서 먼저 원장님과 담당직원이 보내 주신 따뜻한 환영과 우리는 몇 사람씩 층별로 인원이 배정되었다.


3층으로 올라가니 조장님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배정해 주었다. 먼저 남자분들 두 사람은 밀대로 바닥을 닦고 여자 두 사람은 화장실 청소를 했다. 집에서도 하지 않던 일을 하려니 허리조차 아프다. 왜 나는 이런 힘든 일을 시작했을까?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남편에게 할 수 있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세상밖에서 힘든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결혼 후 남편은 가정경제를 잘 이끌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 힘든 적은 있어도 내가 밖에 나가 일할 정도는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 해 준 남편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남이 할 때는 쉬어 보였다. 그러나 내가 시작해 보니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에게 찾아오는 병마는 언제 일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 일지는 몰라도 때가 되면 아프고 힘든 날이 돌아올 것이다.


그때 몸이 아프면 누가 서로를 간호를 해 줄 것인가. 지금은 자식에게 기댈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시설에 들어가면 되겠지만 지금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내가 가장 소중한 걸 지키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다. 병실에 누워있는 어르신들을 바라본다. 그분들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분이셨을 것이다. 지금은 병들어 다 사그라드는 불씨 같지만 그분들에게도 좋았던 시절은 분명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목욕을 시키고 몸을 닦아주면서 마르고 쇠잔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힘겹다. 이젠 어느 날 생명의 불이 커 져 세상을 하직할지 아무도 모르는 몸이다. 마르고 뼈만 남아 있는 몸매. 인지 기능도 떨어져 누워 있으면서 생리작용도 다른 사람에 의해 처리해야 하는 상황, 훗날 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잠시 먹먹해진다.


치매 어르신과 무슨 말을 물어도 대화가 잘 이어 지지를 않는다. 요양원에 들어오 오신 분들은 거의 치매 환자들이다. 의학은 많이 발전했지만 치매라는 병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참 두려운 일이다.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거부할 수 없는 우리들의 길. 나이 들면 늘 염려하는 것 중 세상을 떠날 때 고통받지 않고 오래 아프지 않고 편안히 세상을 떠나는 일이다.


요양원 일은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어 잘 돌아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쉼 없이 일들을 이어서 한다. 환자를 돌보는 일이 이 토록 어려운 일인지 줄 실습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몸은 힘들지만 살면서 이런 경험을 언제 해 볼 것인가. 보고 느끼고 많은 걸 배운다.


요양원에 들어오신 분들 지금은 쇠약해진 빈 껍질만 남은 몸, 그 몸으로 자식 낳아 기르고 모든 걸 내어 주고 생을 이별하기 위해 기다림을 하는 순간이다. 나이 많아 병들면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된다. 주변 가족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어찌 마음대로 살 수 있을 건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봄이 오면 돌틈 속에서도 꽃을 피워 내는 민들레 꽃, 열매를 맺듯 홀씨 되어 날아가 씨앗을 퍼트린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식 낳아 기르고 가르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 결혼해서 자기 둥지로 떠나보낸 후 생을 마감하려는 준비를 한다. 이 모든 일은 삶의 순환고리다. 돌고 도는 인생. 우리는 어디쯤 서 있을까, 뒤 돌아볼 일이다.


오로지 오늘 아무 일 없이 내 의지대로 살고 있음이 감사할 뿐이다.

인생의 황혼에 서 있는 우리 부부는 곁에 있는 시간만으로도 고맙고 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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