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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May 10. 2024

 5월 하루, 역사를 품은 그곳으로

남편과  같이 군산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문화 답사 하루 투어

남편이 달라졌다. 무엇이나 호기심도 없고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하셨던 남편이었는데 요즈음은 가까운 곳 여행을 가고 싶어 하신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그 마음마저 없으면 사람이 우울증이 오려는 신호일 것이다. 집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남편은 봄이 오면서 무료하고 답답해했다.


신록이 손짓을 하는 5월, 바람마저 살랑살랑,  어제는 특별한 날이었다. 군산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군산시 주변에 위치한 향토 문화 답사를 가는 날이다. 남편의 고향이며 나 또한 결혼해서 55년을 군산에서 살아왔지만 주변 향토 문화 답사를 가본 일은 없었다. 군산 사람이 지만 어제는 군산을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무려 대형 버스 4대로 백 명이 훨씬 넘는 많은 사람이 움직였다.


먼저 새만금에 자리한 주사기를 만들고 외국에만 수출을 한다는 화장품 회사 "풍림 마파텍"을 방문하였다. 회사 규모는 아주 크지는 않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회사는 회장님이 방문객을 환영해 주시고 견학은 담당자가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가 병원에 가면 주사를 맞는 주사기를 만드는 회사라고 한다. 기계들을 보면서 설명을 듣고 놀라웠다. 그 조그마한 주사 바늘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회사에서 주는 마스크와 화장품을 샘플을 선물 받고 우리는 옥구향교  역사를 품은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아직 피지는 않은 배롱나무와 단아한 옥구향교가 우리를 맞이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사진 찍고 그곳 여기저기 흩어져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마치 소풍 나온 기분이다. 남편과 함께 마루에 걸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기분도 여행 온듯해 좋았다.


옥구 서원 안에 문창 서원은 최치원 선생을 모시기 위해 만들어진 정면 3칸 측면 3칸의 조그만 한 맞배지붕 양식의 건물이다. 문창이란 명칭은 최치원 선생의 시호로서 신라시대 옥구현에서 최치원 선생이 관리로 근무한 적이 있다는 구전이 전해 내려온다고 설명을 한다. 그 안에 단군 성묘 사당이 있고 명륜당, 대성전 건물 여러 건물이 짜임새 있게 놓인 전각들이 아름답고 지금도 전교와 수석 등의 유림들이 모여 분향제를 지낸다고 한다.

 

나는 남편을 모델로 사진 찍기 바쁘다. 아직도 폼이 살아있는 남편은 나이 듦을 섭섭해한다. 폼생 폼사로 사는 사람, 누가 구십이 다 되어가는 노인으로 여길까.

                                               옥구 향교 여러 곳 풍경들

                                            배롱나무들이 예쁜 향교 앞마당

                                 방문객들은 마루에 걸쳐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있다.


그곳은 성현들을 모신 곳이라서 그런지 조용하고 한적해서 마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참 좋다.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우리는 다시 염의 서원이란 곳으로 이동하였다.


염의 서원


염의 서원은 조선 숙종 11년에 창건되어 순조 4년에 사액된 서원으로서 고종 5년 대원군의 설원 철폐령에 의해 훼철되었다가 1920년에 다시 세워짐으로써 국권을 잃은 상황에서도 충효의 예절을 숭상하는 전통문화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던 이 지역 유림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배향 인물은 문창우 고운, 최 선생과, 문충공 휴옹, 고선생 휘경, 야수 고선생을 모시는 곳이라 한다.


염의 서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하얀 작약 꽃이  예쁘다                                                            문창 서원


반세기가 넘도록 군산에 살면서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남편도 처음 오신 곳이라 하니 얼마나 지역 주변에  관심없이 살아왔는지 참 무심했다. 아직도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을 하시는 관계자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내면서 우리는 다시 다음 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주차해 놓은 버스 4대와 월령공방 체험관                                                                             


다음 찾아간 장소는 군산시 초입에 있는 최호장군이 모셔져 있는 묘지를 참배했다. 군산시 들녘이 다 바라보이는 시야가 탁 트인 곳에 자리한 최호 장군의 묘역은 마치 옛 왕릉과 비슷한 모습이다. 매년 군산시에서 제사를 모시고 있다.


                                                     장군 최호 장군 묘역


최호 장군유지는 조선 선조 때의 무신 최호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영조 5년(1729)에 최호의 후손 최호선이 세웠으며, 최호의 아버지 최한정과 최호의 아들과 손자인 최모란, 최효성의 위패를 함께 모시고 있다. 군산시 개정면 발산리에서 태어난 최호 장군은 무장으로서 여러 관직을 거치고 정유재란 때 칠천량 해전에서 전사하였다. 최호 장군 모시는 사당, 유물전시관, 묘역으로 깨끗하게 정돈되어 조성이 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가까운 곳에  이토록 훌륭한 유적지가 있다는 것이 자긍심을 느껴진다. 앞으로 가족들이 오면 한번 찾아오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문화원의 안내로 유적지 탐방한 하루가 의미 있었다. 남편과 함께한 시간도 편안했고 '한시예' 샘들 몇 사람도 같이 해서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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