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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ug 29. 2019

딸이 사준 19살 컴퓨터와 이별하는

새  친구 컴퓨터를 만나다.

 나는 오래된 익숙함이 편한 세대이다. 언제부터 인가 컴퓨터는 친구가 됐다. 둘째 딸이 19년 전에 사준 컴퓨터다. 누구와 만나 필요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번거로워진 반면 컴퓨터를 할 때는 내가 원하는 많은 걸 얻는 기쁨이 더 크다.


 대학 4년 동안 컴퓨터로 강의 듣고 시험 보고 리포트도 쓰고 자수를 위한 자료를 찾으며 이 네모난 기계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궁금한 걸찾아도 주었고 때론 울적하면 음악을 틀어줘 나를 위로해줬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삶에 시야를 넓혀 주는 많은 정보들은 살아가는 목표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 이 컴퓨터가 아프다고 칭얼댄다. 동네 서점 글쓰기 수업 숙제를 하는 도중인데 모니터가 꺼지고 쓰던 글이 날아갔다. 당황스럽고 답답했다.  다시 켜봤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서비스센터 기사에게 진단을 요청 했다.


 “마우스를 바꿔보고 안되면 본체를 갈아야 합니다”  


일단은 마우스를 바꾸니 모니터가 켜진다. “오,되 네 ” 아직은 나와 이별 할 때가 아니지? 안도를 해본다. 


                                                 이별해야 하는 컴퓨터                       


                                                                                                                    

며칠을 조심스럽게 쓰고 있는데 모니터가 지지직  소리를 내며 꺼진다. ‘ 다시 안되나?’ 혼자 말을 하면서 기다렸다, 켜보았다, 해도 전연 반응이 없다.  잠시 쉬자.   수업중이던  다도도, 성당에서 해오던 성서 공부도 종강을 했다.  이제 소일거리는 책 보고 컴퓨터하고  시간을 같이해야 하는 일인데 난감했다.  쓰고 있을 땐 못 느꼈던 아쉬움이 밀려왔다.


둘째딸에게 “컴퓨터가 안돼 불편하다” 말 했더니 곧 바로 새로운 컴퓨터를 보내왔다. 


컴퓨터는 도착했지만 설치는 개인이 해야 한 다니 난감했다.  설명서 그림을 보고 어찌해서 선은 연결했다, 전기는 들어왔는데 모니터가 캄캄하다. 프로그램 설정은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 살고 있는 셋째 딸 아들 인 손자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메신저로 사진을 찍어 보내고 화상통화까지 몇시간을 끙끙대다가 원격조정으로 설치를 완료했다. “야 호” 탄성이 절로 나온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라고 하더니 자고 일어나면 현실이 빛에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이 점차 늘어간다. 캄캄한 세상 속에 서있는 듯한 느낌이다.  고장 난 것도 고치면 오래 쓸 줄 알았던 당연한 믿음도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밤에 자다가 깨어 잠이 오지 안는 시간은 많은 생각으로 뒤척인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에서 사라 지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낮 섦음이 가득한 밤 당연이 오랜 시간 함께 하리라는 허상에서 깨어나야 할지도 모르겠다.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게 삶에 진리이다. 고장 난 컴퓨터와 이별을 하며 추억도 묻어둔다. 새로운 컴퓨터와 새롭게 도전을 할까 한다.  이 순간이 남은 생의 시작이다. 매 순간은 새로운 시작이다.  인생의 끝자락 후회 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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