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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ug 28. 2019

"엄마, 배고파 맛난것 해줘"

대대로  이어져 온 묵은지 찜



묵은지 찜을 만들려면은  작년에 해 놓은 김장 김치가 있어야 한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  김장김치를 준비하는게  주부는 가장 큰 일이기도 하고   해야 할 숙제 같은 일이다.


우리집도 두사람이 살고 있지만  김장때만 되면 김치를  담가 김치 냉장고를 채워 놓아야 마음이 넉넉해 진다.


예전에 결혼하기전  친정운 시골에  살던 때다.  나는 도시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가끔  쉬는 날이면 시골 집에 간다.


집에 들어 가면서 곧 바로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배고파,  맛난거 해줘."  


그러면  엄마는 부엌에 나가 어느결에  씻어 놓은 묵은 김치를  된장조금 넣어 멸치 한줌 넣고 들기름 듬뿍,   있는 양념을 아끼지 않고 다 넣어  아궁이 까만 가마 솥에 푹  끓여서   둥근 밥상에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묵은 김치 찜은  밥 도둑이였다.  젖가락도 필요 없다. 손으로 쭉쭉 찢어  밥 숫가락에  둥그렇게 말아 올려 먹으면  밥 한공기는 뚝딱이다.  한 공기는 더 먹어야  성에 찼다.


결혼해서  때때로 엄마 들이 모여 밥먹을 때가 있으면 나는 옛날 어머니가 해 주었던  묵은 김치찜을 자주한다.  각종 모임에서  밥을  해서 같이 먹을때 어김없이 내가 만들어 가는 된장 묵은지 찜은을  모두가 맛있다고 먹어 주니 신이 난다. 사람은 같이 밥을 먹어야 정도 들고 재미가 있다. 사는 맛도 난다.  나이든 세대라서 그런 걸까?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의 남편은 의사다. 제일 좋아 하는 음식이 묵은지 김치찜이라 한다.  병원에 가면 너무 친절하게   건강에 마음써 주며 많은 정보도 주어  든든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묵은지 김치 찜을 두 세번  해드렸다.  너무 맛있다고 좋아 하고 고마워  하니 되려 내가 더 기쁨을 얻는 다.  가끔은  김치찜을  큰 솥으로 끓여  여러 사람에게 나눔을 한다.


묵은지 찜을 다양하게 요리를 해 보았다. 고등어 도 넣어 보고  돼지 갈비도 넣어 만들어 도 보고,  사람마다  느끼는 맛이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멸치 넣고 만든 김치 찜을 제일 맛있어 한다. 내가 만드는  묵은 김치찜은 먼저 지난해 담가 놓은 묵은김치를  양념을 털어내고  가지고 있는 묵은맛도 우려내기 위해 하루 전에 씻어  물에 담가 놓는다.


 다음날  머리 부분 잘라 내고 된장 적당양 넣고 마늘 들깨가루 고추가루, 천연 새우, 다시마, 버섯 가루를 넉넉히 넣고 올리부유도 넣은 다음 손으로 많이 주물러 주고,  큰 멸치도 한줌 넉넉이 넣는다. 양파 청양고추도 첨가하고 1시간 가량 오래  푹 끓여 준다. 그러면  김치가 부드럽고 입에 감기는 단백한 맛이 깊고  여름에 특히 입맛  없을때 먹기 딱  좋다. 물을 말아 먹을때도 맛있다.



가끔 서울에 있는 딸들이 내려 오면 " 엄마 묵은지 찜 해 주세요. "  하고 주문을 한다.  어머니 어머니에게서 내려 오는 묵은지 찜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추억이 있는  음식이다.  그걸 맛있다고 먹어 주는 가족이 있어 마음이 흐믓하다.  


 나에겐 손녀 가 하나뿐이고 손자는 네명이다.  손녀하나는  한국의 음식을 모르는 외국에  살기 때문에  묵은지 김치찜의 추억이 이어 지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서로 좋아 하는 음식은 가족간에 사랑이고 추억이다.  나는  해마다 여름이 오면  묵은지 찜 전도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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