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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n 18. 2024

그, 엄마 마음이란 정 때문에

사람 사는 일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 수두룩하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그 엄마 마음이란 정 때문에  내 머에서는 늘 자식들 생각이 떠나지 않고 있으니, 이건 연민인가, 아니면 사랑인가 독립해서 자기들 삶을 잘 살고 있으니 신경을 좀 끄자 하지만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연결이다. 연결의 끈이 끊어지면 관계도 끊어지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어머니란 이름으로 평생을 살다가 가신 이 땅의 어머니들, 생각하면 할수록 그립고 애틋한 정이 엄마 마음이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때론 목숨까지도 아깝지 않은 사랑이란 이름 하나 마음에 품고 사는  엄마, 엄마는 우리 생명의 근원이기에 누구라도 엄마라는 이름을 부를 때면 애잔하고 울컥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엄마라는 이름은 거룩하고 숭고하다. 나도 찬가지다. 나이가 팔십이 넘어가면서도 딸들 생각만 하면 애달프고 그립다. 그들의 행복이 내 것인 듯하고 아픔이 내 아픔이다.


나는 다리가 아파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아졌다. 딸들은 엄마를 찾아오지 못하고 발만 동당거린다. 아파 죽을 것 같은 병이 난 것도 아니고 무릎인대가 찢어졌다 하니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누구라도 집에 온다는 말만 들으며 마음이 불편해서 오지 말라고 말하니 딸들도 마음이 불편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6월, 수국을 좋이 하는 딸이 아빠 엄마를 찾아왔다.


그러한 연유에서 딸들은 집으로 내려오면서 연락을 한다. 오고 있는 사람들을 못 오게 할 수는 없다. 어제도 그랬다. 느닷없이 딸과 사위가 찾아왔다. 못 오게는 했지만 만나면 반가운 것이 자식들이다. 위문 공연차 왔다고 맛난 것 먹으러 가잔다. 딸이 가자고 하는 집은 '비싼 곳인데, 남편의 말에 딸은 아빠에게 한마디 한다.


"아빠, 필요 한때 쓰려고 애써서 돈 벌고  있잖아요."


그 말은 맞지만 우리 세대는 어려움을 겪고 살아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지금까지도 늘 검소하고 절약이 몸에 배어있다. 비싼 밥을 먹으면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니 참 딱하기도 하다. 나와 남편은 딸과 사위가 권하는 데로 가서 기운을 얻는 음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트에 들렀다. 딸을 맨손으로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열무 한 단 오이 열개, 실파 다른 식품도 사고 집으로 돌아와 나는 그때부터 부지런을 낸다. 딸과 사위는 군산에 오면 이성당을 가야 한다고 외출하고 나는 김치 담기에 속도를 낸다. 남편이 옆에서 보조를 해 주니 한결 부드럽다. 오랜 세월 살아온 이력이 있어 나는 일 하는 속도가 빠르다. 열무를 씻어 소금에 절이고 오이는 씨를 긁어내고 깍둑썰기를 해서 소금물을 끓여 절인다. 풀을 끓이고 김치 담기는 두어 시간이면 끝 낸다.


            오이김치                                                                              열무김치


여름에 입맛 없을 때 강된장이나 고추장도 괜찮고 열무 비빔밥을 해 먹으면 여름 한 끼는 거뜬하다. 반찬이 없으며 사 먹는다고는 하나 사 먹는 음식은 왠지 정이 가지 않는다. 양도 적고 비싸고,  엄마의 손맛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김치를 담가 식탁에 올려놓는다. 딸과 사위가 가져가 맛있게 먹을 생각에 마음부터 흐뭇하다.


김치 냉장고에 저장해 놓은 묵은 김치가 엄청 맛있다. 지난겨울 담가 놓은 무 김치도 익을 대로 익어 라면 끓여 먹으면 꿀맛일 것 같다. 있는 데로 다 꺼내여 커다란 쇼핑백에다 담는다. 엊그제 냉동고 저장해 놓은 완두콩도 3 봉지 꺼내여 담는다. 엄마 아빠 마음이 가득 담긴 정을  담아 딸은 사위와 함께 떠난다. 다음 날도 주말이지만 바빠서 출근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보내고 나니 마음이 그리 홀가분할 수가 없다.


참말로 그놈의, 엄마 정이 무엇이라고, 바쁜 딸네 식탁은 내가 보낸 음식으로 밥 잘 먹고 건강하기만 바란다. 엄마 정이 담긴 음식은 사랑이라서 허기로 허전했던 마음이 가득하리라. 내가 얼마동안 딸들에게 음식을 해 줄지는 모르지만 엄마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 낼 것이다.


늘 바쁘게 움직이다가 다리 아파하는 일 없이 하루해가 저물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그냥 보낸다는 느낌이었는데 어제는 마치 내가 큰 일을 해 낸 듯 마음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산다는 것, 부모 자식,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랑이란  다리가 존재하지 않는 다면 마음이 헛헛해져 외로움의 공간에 갇히고 말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엄마 정 때문에 하루를 알차게 보낸 것 같아 살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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